[조석근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해외 유사 M&A 사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SK텔레콤의 이번 M&A 1차 관문 열쇠를 쥔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보고서 채택에 앞서 장고에 들어간 상황이다. 각국의 대응이 엇갈리는 만큼 공정위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AT&T '56조원 짜리' 베팅 성공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 M&A를 공식 발표했다. IPTV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시켜 국내 2위 규모 유료방송 업체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디어 부문을 시장포화로 부진에 빠진 이동통신 사업을 대신할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 과반을 점하는 1위 업체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1위 사업자다. 두 1위 사업자가 결합하는 만큼, 이번 M&A는 지난해 연말 이후 방송통신업계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해외에선 유사한 M&A 사례로 2014년 미국 2위 이동통신 사업자 AT&T와 1위 위성방송 다이렉TV의 결합이 대표적이다. 인수가 485억달러(56조원), 다이렉TV의 부채까지 고려하면 무려 671억달러(77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규모다.
당시 AT&T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600만명으로 M&A를 통해 다이렉TV의 가입자 2천만명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미식축구리그(NFL) 등 다이렉TV의 방송 콘텐츠를 확보하는 한편으로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년간 심사를 거쳐 지난해 M&A를 승인했다. 미국 케이블TV 1위 컴캐스트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해 소비자 후생을 늘리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1천250만명에게 초고속 기가인터넷을 제공하고 공공시설의 인터넷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여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10년 일본 2위 이동통신 사업자 KDDI가 1위 케이블TV 사업자 제이컴을 4천400억엔(4조6천억원)에 인수했다. 제이컴의 케이블망을 확보해 자사 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당시 M&A를 두고 일본 규제 당국은 크게 우려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M&A가 시장경쟁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KDDI 입장에선 별탈없이 M&A를 마무리했다.
◆통신시장 지배력 강화 우려도 현실
대규모 기업결합 시 요금인상과 망투자 저하 등 서비스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M&A가 성사될 경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합상품 판매 강화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시장 우위가 지금보다 공고해질 경우 경쟁구도가 훼손된다는 게 반대측의 논리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오스트리아 당국이 자국 이동통신 결합 결과 가계통신비 부담이 급증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2년 이동통신 4위 사업자 H3G가 3위 오렌지 오스트리아를 합병해 이동통신 사업자가 종전 4개에서 3개로 줄어든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평균 요금은 50% 이상 인상됐다. 데이터를 소비하지 않는 피처폰 사용자의 경우도 20% 인상 요금을 더 냈다. 유럽 주요 10개국 스마트폰 가입자 이용요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과 반대 현상이라는 것이다.
규제 당국의 M&A 불허 사례도 따른다. 지난해 EU는 덴마크 2위 이동통신 사업자 텔레노르의 3위 텔리아소네라 인수를 불허했다. 사업자 수의 감소로 인한 경쟁완화가 소비자 선택권 축소 및 요금인상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와 지상파 방송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이번 M&A에 대한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총선 전 국면에서 여론도 요동치고 있다"며 "국내외 과거 M&A 사례들에 대한 판단도 엇갈리는 만큼 공정위가 느끼는 부담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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