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미국에서 900조원이나 판매된 연금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한국에서 출시됐다.
삼성자산운용은 21일 삼성자산운용 구성훈 대표와 미국 캐피탈그룹의 쇼 와그너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TDF를 한국형으로 새롭게 개발해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캐피탈그룹은 1931년 설립됐으며 현재 1조4천억달러(1천700조원)의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은퇴 전문 상품으로 운용된다.
이번에 삼성운용과 캐피탈그룹이 손잡고 출시한 한국형TDF는 퇴직연금(DC형)과 개인연금 펀드로서, 은퇴 시점을 정하면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의해 펀드가 스스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운용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가입자 본인의 판단으로 스스로 운용을 해야 하는 기존 연금상품과 다른 부분이다.
미국의 TDF시장은 1990년대 중반 첫선을 보인 후 현재 시장규모가 약 7천630억달러(약 900조원)규모로 성장했다.
구 대표는 "한국인 생애주기에 맞춘 이 같은 연금 패키지는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연금보호장치 등 노후 대비 솔루션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와그너 회장은 "한국을 위해서 특별히 설계된 삼성한국형TDF 상품은 2020년에서 2045년 사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고객을 위해 설계돼, 기존 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은퇴형 솔루션"이라며 "지난해 10월 삼성운용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후로 양사 간 협업이 크게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의 금융상황과 한국인의 라이프사이클 변화에 맞춰 연금 제도가 개편되고 있어 TDF상품이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7년 설정된 캐피탈그룹 6개 TDF는 3년 및 5년 연 평균수익률이 약 9~10%로 TDF 중 상위 1%를 기록중이다. 2008년부터 월 500달러씩 개인이 납입하고 회사에서 250달러씩 지원한다는 것을 시뮬레이션했을 때 캐피탈그룹의 TDF는 2015년 말 기준으로 47%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퇴시점만 정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투자 수행
삼성한국형TDF는 매 5년 단위로 은퇴시점인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펀드 등 총 6개 펀드로 구성돼 있으며, 6개 TDF펀드는 캐피탈그룹이 운용하는 11개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분산 투자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이머징 등 글로벌 주식 및 채권펀드에 투자하게 돼 글로벌 자산배분 효과를 가장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투자현황에 따르면 89.2%가 예금, 적금 등 안전자산 상품에 쏠려 있고, 국내 주식 시가총액 규모가 전 세계의 2% 수준 밖에 되지 않음에도 퇴직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국내 주식 및 채권자산 비중이 86%에 이르고 있다
구 대표는 "진정한 의미의 노후대비 분산투자는 글로벌 주식·채권에 효과적으로 투자해, 추가 수익 기회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이번 TDF를 통해 삼성자산 운용이 연금 투자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TDF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 자산배분이 된다는 점이다. 한번 설계해 놓고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투자하는 개념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이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으로 한국인 생애주기에 맞게 자동 자산배분 프로그램(Glide Path)을 적용해 투자 편의성을 크게 증진시켰다는 점을 꼽았다.
대다수 연금자산 투자자가 자산배분에 대한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은퇴시점만 정하면 신경 쓰지 않아도 펀드가 최적의 투자를 수행하는 TDF가 대안이란 설명이다.
구 대표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74%가 수익률을 정기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심지어 DC형 퇴직 연금에 가입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고려해 주식 및 채권 비중을 알아서 자동 리밸런싱하는 자산배분상품을 개발하게 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韓 투자자, 미국보다 투자 보수적
한국에서 기존의 라이프사이클펀드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퇴직연금 감독 규정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총 투자금액의 40%로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
또한 투자자가 직접 적절한 시기에 자산배분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자 가능한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이 부족해 국내 자산에 치우쳐 투자해야 하는 한계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확대되면서 TDF 처럼 주식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될 수 있게 됐다.
와그너 회장은 "한국형TDF는 한국 투자자들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했다"며 "미국과 한국의 은퇴 환경과 투자자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은퇴연령이 미국보다 이르기 때문에 자산축적 기간이 짧으며 기대수명은 미국보다 빠르게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미국과 다르게 공적의료보험 보급률이 높기 때문에 의료비 충당을 위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미국보다 덜하고 보수적이며, 저축률이 더 높고 연금 이외의 다른 소득원의 종류도 많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와그너 회장은 "한국 투자자들은 변동성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캐피털 TDF는 업계 평균보다 낮은 변동성을 기록하며 위험에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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