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던 옥시레킷벤키저가 사과와 함께 2014년에 이어 50억원을 추가로 '인도적 차원'의 기금으로 내놓는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관련 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최근 피해 보상책 발표를 내놓으면서 옥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데다 검찰 수사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옥시레킷벤키저는 공식 자료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안과 관련해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난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고 그간 매우 어렵고 복잡한 사안의 진상을 파악하고 동시에 고통 받고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한 해결 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는 오랜 동안 제품의 안전 관리 수칙을 준수해온 바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었으나, 본 건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옥시 측 관계자들을 일제히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국내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회사로 옥시를 지목하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전체 피해자 수는 사망자 94명 등 총 221명으로, 이 중 옥시 제품 관련 피해자는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17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옥시 관계자는 "법원 절차에 성실하게 임했고 상당 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해 합의에 이르러 종결됐다"며 "고통을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적절하고 신속한 해결 방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 등에 따르면 옥시 측을 상대로 개별 소송을 낸 피해자들은 대부분 조정으로 소송 절차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옥시 측은 이에 대한 대가로 '합의 조건에 대한 비공개'와 '민형사 책임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분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피해자들이 지친 탓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또 옥시는 지난 2014년에 환경부 및 환경보전협회(KEPA)와의 협의를 통해 조건 없이 50억원의 인도적 기금을 기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자금은 3년이 지나도록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을 위해 단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 해당 기금은 현재 환경보전협회의 사무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2천700만원이 지출된 나머지 금액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이번 옥시의 추가 50억원 기금 출연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옥시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을 잘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우리도 계속 모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협조하며 가습기 살균제 관련 환자분들과 가족 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논의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이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수사에 계속 최대한 협조하고 지속적인 사건 해결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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