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4.13 총선 이후 가장 잘 나가는 정당은 원내 1당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이다.
123석을 차지한 더민주와 122석을 얻는 것에 그친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는 법안 통과도 어려운 상황으로 반드시 38석의 국민의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갖게 된 국민의당의 목소리에는 이 때문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론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힘을 합하면 국회 선진화법의 제약도 받지 않는 의석이 돼 국민의당이 영향력을 갖기 어렵지만, 양당의 역학구도 상 어렵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많은 실익을 챙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의장 논란은 국민의당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더민주는 총선 민심을 반영해 원내 제1당이 된 더민주 소속의 국회의장이 배출돼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무소속 영입을 통해 원내 제1당 자리를 되찾아온 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칼자루는 국민의당이 쥐었다.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무기명 표결로 선출되는데 국민의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뀐다. 이 때문에 양당은 국민의당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최초에는 "총선 민심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했고, 주승용 원내대표도 "국민이 만들어준 민의에 따른 제1당은 더불어민주당이기 때문에 원칙과 상식의 수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맡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입장이 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내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맡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한 바 없다"고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이후 원내 38석의 국민의당이 야당 몫인 국회부의장 자리를 맡을 수 있다는 예상에 더해 국회 사무총장까지 맡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불안 요소, 넓은 이념 분포-호남 편중
그러나 이처럼 잘 나가는 국민의당에도 과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첫 번째는 너무 다른 당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국민의당에는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편에 속하는 정동영 당선자, 천정배 공동대표부터 중도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보수인 이상돈 당선자까지 속해 있다. 이들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필수 과제다. 창당 직후 국민적 신뢰를 잃었던 과정에 국민의당 주요 지도부 간 갈등이 있었던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의당 내 다른 스팩트럼은 갈등의 위험 요소다. 총선 직후 천정배 공동대표가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적폐를 과감히 타파해야 한다"면서 "이런 사안과 관련해 진실을 알리는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천 대표는 이와 함께 "불필요한 싸움이나 이념 논쟁은 자제해야 하지만, 민주주의와 민생이 반드시 꼭 떨어져 있지는 않다"며 "야당다운 야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해 경제를 우선시하고 있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호남이 대선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보여줄지도 미지수다. 4.13 총선에서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했지만,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압승하고 영남에서도 상당수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전국 정당의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르게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역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략적 선택을 해왔던 호남이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단일화를 통해 보다 확실한 정권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지난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주장한 국민의당 내 호남 인사들이 다시 야권 재편에 나설 수도 있다.
결국 국민의당과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보다 명확한 비전을 통해 당내 이견을 통합하고, 호남에 편중된 당 지지세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대선 경쟁력을 역으로 호남에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실현시켜야 당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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