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정부와 제조사·유통사 등 가해기업 13곳을 대상으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다.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맡기로 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강찬호 대표는 2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자기 피해를 입증하고 소송하라는 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민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어 이번 대규모 소송을 통해서 다 함께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33명의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공동 대리인으로 참여하는 이번 소송은 ▲제조사의 공식사과 ▲충분한 개별 피해보상 ▲피해기금 조성을 목표로 한다. 민변은 5월 9일까지 원고를 모집해 3주간 준비기간을 거쳐 5월 30일 첫 소장을 접수하기로 했다. 소멸시효가 임박한 피해자들은 그 이전에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민변 최재홍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개별소송에서 소외됐던 3·4단계 피해자와 유가족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150여 명(직접피해자 74명)이 소송에 참가하기로 했다. 원고 모집 기간이 마무리되는 즈음에는 2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단계 피해자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성을 인정한 반면 3·4단계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돼 개별 소송이나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또 이번 소송에는 세퓨와 같이 폐업한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도 포함된다. 이들은 가해기업이 문을 닫아 승소해도 피해보상 받을 길이 없었다.
민변은 이번 소송을 위해 환경보건시민센터 내 구성돼 있는 '전문가위원회'에 관련연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에는 서울대 백도명 교수, 인하대 임종한 교수 등 의학·환경보건학·독성학·사회학 분야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천식·비염·폐암 등을 일으키는지, 피해자와 가족의 정신건강은 어떤지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은 피해자 개별 보상과 별도로 피해기금 마련을 추진한다. 소송 비용도 이 기금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200여 명이 죽었는데 이를 추모할 추모비 하나 없다"며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한 제반의 활동을 하고 피해 가족과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려면 개별 보상비 외 기금 마련이 충분히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소송은 법률구조공단이 진행하는 손해배상 소송과는 별도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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