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한 심사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침묵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번 M&A를 두고 SK텔레콤 경쟁업체들과 지상파 3사가 적극적으로 반대여론을 조성 중인 상황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역대 최장기간을 넘어선 가운데 공정위가 지나치게 몸을 낮추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정위 SKT-CJ헬로 M&A 심사 147일째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1일 CJ헬로비전 인수를 위한 인허가 신청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국내 케이블TV 1위 CJ헬로비전을 IPTV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시켜 미디어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통신사업자로 CJ헬로비전과의 결합 자체가 방송·통신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동통신·IPTV 경쟁업체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M&A를 통한 SK텔레콤의 결합상품 판매 확대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합병법인은 가입자 750만명으로 KT(830만명)에 이어 전체 유료방송 2위로 올라선다.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 MBC, KBS, SBS 등 지상파 3사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번 M&A에 대한 공정위의 심사는 26일을 기준으로 147일째로 접어들었다. 국내 기업결합 심사에서 최장 기록을 경신한 상황이다.
종전까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서 가장 긴 기간을 기록한 사례는 2010년 CJ오쇼핑의 온미디어 인수다. 공정위는 당시 심사 132일만에 조건부 결합을 승인했다.
통신업계에선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심사가 125일로 가장 길었다. 당시 M&A가 SK텔레콤 우위의 현재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 만큼 사회적 논란도 컸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최장 120일이다. 공식적으로는 지난 3월말까지다. 다만 자료보정과 추가 자료요청에 소요된 시간은 심사기간에서 제외된다. 공정위의 필요에 따라 사실상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당초 공정위는 이번 M&A의 시장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4월 중 채택할 방침이었다. 이를 토대로 4월말까지 전체회의를 통해 M&A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채택하기까지 기업결합 당사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통상 2주가량이 소요된다. 업계는 공정위의 심사결과 발표가 결국 5월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정위의 이같은 움직임은 반대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자사 뉴스 채널을 동원한 지상파 3사의 반대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에 대한 주요 콘텐츠 공급자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결합한 대형 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실시간 방송과 VOD 등 콘텐츠 대가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상파 입장에서 CJ그룹이 1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 CJ헬로비전 인수대금을 CJ E&M 콘텐츠 제작기반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다. 티비엔, 엠넷, 온스타일 등 CJ E&M 채널들은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워 시청률을 늘리는 추세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입장에서 자사 외 다른 채널의 시청률이 상승하면 그만큼 방송광고 시장 파이를 뺏기게 된다"며 "지상파 뉴스의 사회적 파급력이 큰 만큼 공정위를 비롯한 정·관계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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