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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in]"크라우드펀딩 투자자는 얼리어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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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성 와디즈 대표 "큰손보단 인터넷 친화적인 사람 많아"

[김다운기자]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지난 1월25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여가 지났다. 와디즈 신혜성 대표는 제도 시행 이후 크라우드펀딩 시장 상황이 어떤지를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와디즈는 국내에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2012년 설립돼 시장을 개척해온 선구자다. 크라우드산업연구소, 크라우드펀딩스쿨 등을 설립해 국내에 크라우드펀딩을 꾸준히 소개해왔으며, 올 1월부터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로 등록하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행된 이후 와디즈는 18개 기업에 대한 펀딩을 진행했다. 이 중 11개가 자금 모집에 성공해 총 23억원의 투자를 끌어모았다. 에너지, 자동차, 헬스케어, 핀테크,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O2O), 제조, 소프트웨어, 소셜벤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시장이 형성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 대표는 "단순히 시장 활성화보다는 제대로 된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순증을 우선시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나가는 것이 목표"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새로운 시장이므로 투자자들이 어떤 부분을 중요시 하는가, 시장이 선순환 고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여줘야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위험요인을 분별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고 피드백도 받아보면서 어떻게 해야 시장이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신 대표는 동부증권에서 애널리스트를 지내고, 산업은행 기업금융 위험관리(RM) 등을 담당한 금융권 출신이다. 기존 금융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새로운 투자시장인 크라우드펀딩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냉철하다.

그는 크라우드펀딩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투기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아직 유통시장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디폴트(부도) 위험도 존재하는 시장이다. 투자에 대한 참여동기나 회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분석 없이 무작정 투자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앞으로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보다는 크라우드펀딩 업계의 노력이라는 판단이다.

크라우드펀딩이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디폴트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신 대표는 디폴트에 대한 대비책은 원칙적으로 없지만,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판단을 제공하는 것이 중개업체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크라우드펀딩 성공 위해서는 기업 피드백도 중요"

현재 와디즈에는 한 달에 500여개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받기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그만큼 '돈줄'에 목말랐던 기업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동안 스타트업 기업들이 투자자금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탈(VC)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는 확실하다. 초기기업 입장에서 발행시장이라는 제2의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신 대표는 "그동안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금이 필요할 때는 VC나 엔젤투자자들을 찾아가 투자제안을 해야 하고 투자자들의 요구를 99% 수용해야 했다"며 "하지만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생김으로써 투자자와 기업 간의 비대칭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크라우드펀딩 발행 증권은 대부분 주식이 차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앞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주식관련사채를 중심으로 투자상품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CB를 발행하면서 전환청구권 행사기간에 투자자가 행사를 하지 않으면 전환권을 기업이 가져가는 등 다양한 옵션을 통한 상품 세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행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말하자면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낯설고 잡다한 존재 중 하나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듣보잡 기업들이 가만히 있는데 누가 와서 돈을 주겠습니까. 투자자 피드백도 잘 해야 하고, 주위에 펀딩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야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와디즈는 4년간의 노하우와 연구를 통해 내부에 2천여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매트릭스를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크라우드펀딩 발행기업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단계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유사한 사례에서 성공했던 펀딩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기업들에게 제공한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 스쿨도 한 달에 8번씩 실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계의 '얼리어답터'

와디즈는 최근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를 진행했다. 방송사와 협업으로 대중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을 알리기 위한 작업도 준비중이다.

와디즈를 통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투자자 수는 1천500여명. 아직 투자자 저변 확대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다.

기존 리워드형(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투자금액이 평균 5만원이었고,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면 3개월에 불과했다. 하지만 증권형의 경우 평균 투자금액은 70만원에 달하며, 1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투자자 비중이 제일 높다. 쉽게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소위 큰손 부자들인 거액자산가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기존 금융에 익숙한 사람보다는 인터넷 친화적인 '얼리어답터'들이 초기 투자자들의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스스로 정보 습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평소에도 항상 자료조사를 하고,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주요 투자자들은 30대 중반~후반이 많은데, 프라이빗뱅커(PB) 등에게 투자판단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적극적으로 한다.

이런 투자자들의 지식을 '집단지성'으로 활용하면 크라우드펀딩의 안전성을 높이고 성공률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신 대표는 기대했다.

와디즈는 회원 22만명 중 활동량이 우수하고 전문성이 있는 회원들의 지원을 받아 '100인의 배심원'을 선정했다. 투자 전문가, IT 전문가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은 크라우드펀딩 발행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함으로써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펀딩을 진행했던 기업 대표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배심원들이 전문 VC만큼이나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산업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한다"며 "이런 질문들에 피드백을 함으로써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를 전달해주는 기능도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뛰어드는 등 기존 금융권에서도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와디즈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단어가 알려지기 전부터 4년 동안 척박한 토양을 다져왔습니다. 철학 없이 단순히 유망해보인다는 이유로 하기에는 힘들죠. 금융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의식이 분명하다면 기존 금융권을 의식할 필요 없이 자생할 만한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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