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형기자> 시내면세점 활성화로 사업성이 악화된 공항면세점 임대료가 시장원리를 거스르고 있다. 이용객이 증가한 김해국제공항은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몸값을 낮춘 반면 여객 수요가 줄어든 김포국제공항은 최소 임대료를 고집했다.
김포공항이 임대료 인하를 거부한데는 서울 시내공항이라는 자존심을 근거로 하지만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은 400만9천683만명으로 전년 대비 1.3%(5만4천230명) 줄었다. 반면 임대료 인하를 결정한 김해공항 이용객은 20% 이상 늘어나 작년 1천200만명을 넘어섰다.
여객 규모로 볼 때 김포공항은 김해공항의 1/3에 불과해 한국공항공사가 제시한 임대료는 형평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7일 발표된 공항면세점 사업자 모집 재공고에 따르면 당초 427억4천600만원이었던 김해공항의 최소 임대료는 384억7천140만원으로 10% 하락했다. 반면 김포공항은 지난 4월 2차 공고 당시 금액인 295억원(DF1), 233억원(DF2)을 고수했다.
공항면세점에 대한 최종 사업자 선정은 '최고낙찰가'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낙찰자를 선정하면 다시 관세청은 특허 적격 심사를 거친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 유찰 전력을 가진 김포공항에 새로운 사업자가 나설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설사 공항면세점 진출을 염두한 업체가 있더라도 재유찰에 의한 임대료 추가인하 가능성이 있기에 섣불리 나설 지는 의문이다.
현재 김포공항 국제선 면세점 2곳은 국제선 3층 일반구역에 자리했으며 업계 1,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각각 입점했다. 롯데는 433㎡ 규모의 DF2구역에서 주류와 담배를, 신라는 400.2㎡ 규모의 DF1구역에서 화장품과 향수를 독점 판매 중이다. 두곳은 오는 5월 12일 특허 만료된다.
만일 이번 재입찰에서도 낙찰자가 없으면 롯데와 신라의 연장 운영은 불가피해 진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자 선정 입찰이 모두 유찰되면서 공항면세점 운영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며 "관세법상 6개월간의 의제기간이 있어 한국공항공사가 기존 사업자에게 연장 운영을 요구하고 관세청이 이를 승인할 가능성도 있지만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용객이 증가한 김해공항 내 면세점도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이곳에서 연간 25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다가 손을 들은 상태다. 대신 부산 시내면세점과 다음달 오픈 예정인 서울 시내면세점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DF1) 980.44㎡ 면적의 매장을 연간 임대료 427억원에 내놨지만 참여 업체가 없어, 결국 3차 입찰에서 10% 인하책을 내놨다.
다만 같은 조건이라면 사업성 찾기가 김해공항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2012년 2만1천454회를 정점으로 매년 줄어 지난해 2만379회에 그쳤지만 LCC 활성화에 힘입은 김해공항의 운항 횟수는 3만8000회에 근접했으며, 총여객은 전년보다 올해 200만명 가량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김포공항의 임대료 고수 결정은 자가당착에 빠진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면세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김포공항은 임대료를 그대로 가져가는 대신 차후 확장공사로 면적이 확대되면 기존 면적 대비 임대료를 곱해 산출하던 방식을 영업요율을 따져 매출과 연계해 임대료 산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한다.
지난 연말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탈락 업체들은 직원의 실직 위협까지 거론하며 여론몰이에 나선 전력이 있다. 공항면세점도 마찬가지 누군가의 고용 문제가 걸린 문제다. 폐점을 막아 기업도, 직원도 함께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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