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수익성 악화로 모바일칩 사업에서 발을 빼고 성장 잠재력이 큰 5세대(5G) 기술에 회사역량을 투입해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인텔이 5G 칩셋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이 분야에 먼저 진출한 퀄컴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퀄컴에게 패배의 쓴맛을 본 인텔이 5G 시장에 조기 진출로 입지를 다져 퀄컴에 반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3년간 100억달러 이상 투자에도 점유율 1%
최근 인텔은 수익성 악화와 사업부진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칩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인텔은 PC시장이 위축되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늦은데다 가성비가 퀄컴이나 미디어텍 등과 같은 ARM 업체에 뒤져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인텔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OEM 업체들에게 아톰칩 기반 스마트폰칩과 태블릿칩의 파격적인 가격할인, 공동 마케팅, 로직보드 디자인 변경시 자금 지원 등으로 3년간 100억달러 이상을 썼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텔칩의 점유율은 1%에 그쳤다. 아톰Z3580과 같은 고성능 아톰칩은 성능평가에서 경쟁제품인 퀄컴 스냅드래곤810과 삼성전자 엑시노스7420에 비해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부실사업인 스마트폰칩 사업을 정리하고 채산성높은 신규사업을 발굴해 모바일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인텔은 이를 위해 저가 안드로이드 단말기용 모바일 아톰칩 소피아(SoFIA)와 고성능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칩 브록스턴(Broxton)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인텔은 태블릿용 아톰칩 사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인텔은 저가용 PC와 태블릿업체를 겨냥 최신 아폴로레이크 플랫폼 기반 펜티엄과 셀러론칩을 공급할 계획이다.
◆인텔, 5G 분야에서 성장 돌파구 찾기
인텔은 4세대(4G) 칩셋인 소피아와 브록스턴대신 5G 기술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2020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5G 네트워크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4G보다 100배 빠르다.
인텔은 5G 기술의 투자를 통해 고성능 모뎀과 칩공급으로 퀄컴 등을 포함한 ARM 업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인텔은 5G 기술 전문가이자 인텔 모바일 전략 청사진을 그렸던 에이카 에반스를 지난달 모바일 부문 수장으로 재임명했다.
최근 인텔의 LTE 모뎀이 올 가을 출시될 아이폰7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텔칩의 아이폰 탑재가 현실화될 경우 인텔은 5G 시장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텔은 5G와 관련해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활성화돼 시장 수요가 크게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에 따르면 커넥티드 기기가 2015년 150억대에서 2020년 2천억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텔은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스마트 어플라이언스와 웨어러블, 커넥티드카, 산업 로봇용 아톰칩을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다.
인텔은 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국한됐던 아톰칩을 다양한 스마트 기기로 확대해 커넥티드칩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인텔이 5G 시장에서 퀄컴을 제치고 주도권을 장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은 이미 5G 사업전략을 수립했고 지난해엔 24억달러에 사물인터넷칩 전문업체인 CSR을 인수해 커넥티드 카메라와 드론, 스마트카 시장을 집중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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