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월드IT쇼(WIS) 2016 SK텔레콤 전시장 '홈런배틀' 가상현실(VR) 야구게임. 좀처럼 투수가 던진 공을 맞추기 쉽지 않다. 가운데로 들어오는 빠른 직구와 함께 안쪽으로 파고드는 커브, 포크 등 생각보다 다양한 변화구들 때문이다. VR 헤드셋을 쓰고 버둥거리는 체험자를 보면서 줄이은 관람객들은 연신 재미 있다는 표정이다.
KT가 최근 출시한 홈 사물인터넷(IoT) 헬스바이크 체험장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5대의 자전거 앞 TV로 실제 풍경과 닮은 다양한 산악자전거 코스가 펼쳐진다. 가상의 플레이어들과 경주하는 동안 자전거 속도와 이동거리, 주행시간 및 칼로리 소비량이 화면 속에 표시된다. 체험자들이 몰입할수록 전시장 주변은 열기가 더한다.
◆SK텔레콤 vs KT, VR 콘텐츠로 '격돌'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WIS 2016 전시장은 거대한 VR 게임장을 방불케 했다. 참여 업체별로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접목시킨 VR 콘텐츠들로 관람객들의 혼을 빼놨다. 늦은 오후까지도 전시장의 각종 VR 게임기기 앞으로 인파가 몰렸다.
특히 국내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SK텔레콤과 KT의 부스가 화제다. 2020년 상용화가 전망되는 초고속 5G 서비스를 차세대 IoT·미디어 기술과 접목시킨 다양한 체험형 서비스들을 경쟁적으로 소개하면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통신업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전시장 내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다.
SK텔레콤은 WIS 2016의 농구장 2개 크기 864㎡(260평) 전시장 전체를 야구장, 육상 트랙, 핸드볼장, 펜싱장 등 경기장 콘셉트로 꾸몄다. 전시장 안내를 담당하는 남녀 모델들도 치어리더나 트레이너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SK텔레콤의 전시장 카피도 "플레이 더 플랫폼(Play the Platform)". 대용량의 데이터를 20Gbps급 고속으로 전송하는 5G 기술을 3대 핵심 신산업인 생활가치, IoT, 미디어와 접목해 이해하기 쉽도록 스포츠 게임 형태로 전달하려는 시도다.
SK텔레콤 전시장 입구의 홈런배틀 게임이 대표적이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게임영상 속 투수가 던진 공을 센서가 장착된 방망이로 휘둘러 맞추는 방식이다. 동작인식 센서와 헤드셋, 전방의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IoT 실감형 서비스다.
펜싱장의 경우 10개의 카메라를 설치해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포착해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가 이 카메라들 중 원하는 앵글을 선택해서 보는 이른바 '멀티 앵글' 전송 기술이다. VR 헤드셋을 쓰고 날아오는 과일을 칼로 자르는 게임 플레이 모습이 경기장 양쪽 TV로 여러 각도에서 생중계된다.
초광대역통신(UWB) 기반 위치측정기술이 적용된 고공빌딩 탈출게임도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매우 좁은 철조망을 건너 헬리콥터로 탑승하는 경험을 VR로 구현한 것. 체험자 입장에서 가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실제 낭떠러지에 있는 듯한 현실감이 강점이다.
전시장 가운데 복싱링도 관람객들을 사로잡은 구경거리다. 영화 '리얼스틸'의 로봇 복싱을 재한한 것으로 영화 속 장면처럼 진행자의 움직임을 로봇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 진행자가 착용한 수트의 센서가 수집한 복잡한 동작인식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로봇에 전달한다.
◆5G 만난 차세대 미디어 기술 '볼만'
KT의 경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통신 주관사라는 점을 십분 살렸다. SK텔레콤과 같은 크기의 전시장을 눈을 연상시키는 흰색으로 꾸미고 스키점프와 봅슬레이를 응용한 대형 게임기를 배치했다. KT는 이번 동계올림픽 시범 서비스를 목표로 다양한 차세대 미디어 기술을 5G와 접목시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KT 전시장에서도 VR은 킬러 콘텐츠로 통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스키점프대로 오르면 실제 경기를 체험할 수 있다.
헤드셋에 장착된 초소형 카메라의 1인칭 영상도 볼거리다. 이른바 '싱크뷰' 기술로 KT는 스키점프, 알파인, 봅슬레이, 루지 등 동계 올림픽 종목 선수들에게 카메라를 착용시켜 중계방송에 이용할 계획이다. 겨울 스포츠 특유의 속도감과 박진감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VR 생중계와 함께 올해 초 MWC 2016에서도 소개됐다.
봅슬레이는 빙판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리는 2인승 썰매로 겨울 스포츠 중 가장 빠른 레이스다. KT 전시관에선 최고 시속 150km에 달하는 경기를 VR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좌석을 영상에 맞춰 상하좌우로 움직이게 만들어 현실감을 더했다.
주위에 20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텀블링 점프대도 관람객의 발길을 재촉한다.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특수촬영기법 '타임슬라이싱' 체험장이다. 관람객이 점프대에서 뛰어오르면 카메라들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포착한 영상을 TV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실시간 전송해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KT 관계자는 "국내 최대 IT 전시회 WIS에서 해마다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IT 기술들을 선보였다"며 "올해는 앞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 5G 올림픽을 향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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