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형기자] 지난해 20대 대기업이 누린 전기요금 혜택이 7천2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지구적 과제인 신재생에너지 육성이 기업 의지에 반영되지 않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 당선인(서울 은평갑)이 17일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20개 대기업의 2014년 원가손실액이 7천239억4천900만원에 달했다.
'원가손실액'은 전기 생산비용 대비 적정 전기요금을 받지 못해 발생한 손실액수로 상위 20개 대기업의 2012~2014년 3년간의 원가손실액은 3조5천418억3천100만원에 달했다.
박 당선인은 한전이 대기업에 특혜성 할인을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대기업에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 전경련은 경제활성화와 국제유가 하락을 이유로 정부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곳은 삼성전자로 4천291억원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포스코(4천157억6천만원), 현대제철(4천061억1천800만원), 삼성디스플레이(3천716억2천200만원), 에스케이하이닉스(2천361억9천400만원), 엘지디스플레이(2천360억4천400만원), 엘지화학(1천684억3천400만원) 순이다.
대기업에 적용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은 산업계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에너지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전기코드만 꼽으면 얼마든지 값싼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신재생 중심의 전력 개편을 서둘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상황"이라며 "전력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한전의 손실이 커지는 것은 원가보다 과도하게 낮은 판매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5 재생에너지 정보'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차 에너지 총 공급량(TPES)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1.1%에 그쳤다. 이는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최하위이며 회원국 평균(9.2%)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럼에도 정부는 2035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11%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 없이는 목표량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한 요금 혜택은 신재생에너지 육성 욕구마저 뺏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는 정부의 원자력 발전 육성책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과다전력 사용 제조 시설인 반도체와 철강 업종에 안정적 전력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부담과 찬반 갈등 유발이 전제된 원전 확대를 추진 중에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원전 건설비용이나 원가손실액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난 파리 기후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심엔 여전히 핵발전(원전)이 자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당선인 측은 중소기업-대기업간 전력비 부담 불균형 문제도 제기했다. 전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가정용 전기요금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이후 2012년 89.5%에서 2014년에는 101.9%로까지 인상됐다. 이 때문에 다수 중소기업의 전기요금 인상 몫에서 한전이 대기업의 할인 혜택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에 대한 낙수효과가 공허하다는 것이 드러난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수출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부 정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맹점"이라며 "전기요금은 준조세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다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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