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혁신에 필요한 기술은 완성돼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사회적 공감'입니다." (엔비디아 피터 변 이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지능정보기술 콘퍼런스'에서 헬렌 킴 UC버클리 교수, 엔비디아 피터 변 이사, 서울대 장병탁 교수 등 다수의 연사가 국내 인공지능(AI)산업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사회적 인식'을 꼽았다. 아직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혁신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딥러닝과 자율주행자동차가 가져올 새로운 미래'에 대해 강연한 피터 변 이사가 "혁신에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회적 인식'이라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에 가장 큰 장애물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라며 "이들은 무인자동차 개발에 나선 구글과 테슬라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혁신에 대한 우려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는 AI기술을 적용한 분야 중 가장 유망한 분야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IT 회사가 아닌 자동차 제조업체 토요타도 1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 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내 지능정보 기술 현황과 과제'를 발표한 장병탁 교수도 "AI 기술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구글이 AI 스타트업이었던 딥마인드를 7천억원에 인수해 오늘의 알파고를 만들었다"며 당시 딥마인드가 개발한 전자오락게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컴퓨터가 공을 움직여 벽돌을 격파하는 이 게임은 조악해 보일 정도로 단순하지만, 컴퓨터는 게임 초반 실패를 반복하다 점차 격파율을 높였다.
장 교수는 "룰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컴퓨터가 점수를 올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라며 "구글은 이 게임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가치와 이를 개발한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는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를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인공지능 기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헬렌 킴 교수 역시 "인공지능 분야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여전히 많은 AI 분야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중앙정부와 바이두가 협업해 세계에서 가장 큰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GM은 미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애플도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세계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 모두 앞다퉈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 이를 받쳐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협력체계가 부족하다"며 " 벤처-중소기업-대기업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생태계와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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