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추인 무산에 따른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사태 해결의 칼자루를 쥔 정진석 원내대표의 고민도 깊어가는 모양새다.
정 원내대표와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지난 20일 연석회의에서 기존의 비대위·혁신위 투 트랙 방침에서 후퇴, '혁신 비대위'를 꾸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자리에서 중진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등 민감한 사안의 결정권을 정 원내대표에게 일임했다.
이후 정 원내대표는 21일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 영결식 참석, 23일 조선 업계와의 간담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7조기 추모 행사 참석 등 집권 여당 대표 자격으로 최소한의 공식 일정만 소화하며 장고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핵심 쟁점인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 이날 현재까지 정 원내대표는 자신이 겸임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후 당내 현안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엔 말을 아끼면서도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질문엔 "(외부에서) 좋은 분 찾아보다가 안 되면 도리 없지 뭐…"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에 반대하고 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대야 협상에 포커스를 맞춰야 된다"며 "원내든 원외든 이 일을 맡아 할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이 있다면 환영할 수 있고, 원내대표는 당무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인선은 비대위원 인선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정 원내대표가 당초 내정된 대로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비대위원 인선에 변동이 있더라도 그 폭이 적을 수 있지만, 다른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비대위가 새롭게 구성될 공산이 크다.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나 강재섭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혁신' 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힌 비대위를 바라보는 셈이다.
비박계는 이 같은 친박계의 움직임을 향후 당권 장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정진석 비대위'에 힘을 싣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흘러가고 있는 까닭에 정 원내대표는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의 주장이 관철되는 모양새로는 계파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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