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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가전사 UHD 표준 '충돌'··· 속사정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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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불법유통 막아야" vs "기술적 검토 선행돼야"

[조석근기자] 지상파 UHD 본방송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과 가전업계가 UHD 콘텐츠 보호 방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UHD 영상에 대한 암호화 기술을 TV에 적용할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반드시 암호화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가전업체는 기술상 이유로 사실상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내달 기술표준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돼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내달 29일 총회를 열고 UHD TV 기술표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암호화 기술 반영이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채택할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UHD 방송, 암호화 기술 복병? 내달 TTA 총회 '주목'

정부의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에 따르면 2017년 2월 수도권부터 지상파 UHD 본방송이 시작된다. 이후 2020년~2021년 전국 시군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이처럼 UHD 본방송이 채 1년도 안남은 상황인데도 아직 기술표준을 정하지 못한 상태. 더욱이 콘텐츠 보호 기술 적용 여부가 기술표준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0일 지상파, 가전사, 방송장비업체 등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과 UHD 방송 준비현황을 점검한 자리에서도 논란이 됐다.암호화 기술 적용 여부를 두고 지상파와 가전업체가 팽팽히 맞선 것.

이날 SBS 박영수 기술부장은 "콘텐츠 제작사 보호 및 재투자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 보호가 중요하다"며 "방송 시청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원칙 아래 콘텐츠 보호기술(암호화기술)이 UHD 방송 도입 단계부터 적용되도록 가전사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 유준영 상무는 "(암호화 기술의) 정합에 따른 개발기간 소요로 UHD 본방송 시점을 맞춰 TV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유지보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지상파 방송, 가전사, 유료방송 등 관련 업계는 내달 29일 TTA 총회를 열고 지상파 UHD 송수신에 대한 기술표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TTA는 방송통신 관련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해 업계표준을 정하는 기구다. 암호화 기술 규정도 이날 논의될 표준안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정부는 기술표준이 정해져도 적용 여부는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업계가 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술표준으로 제정되더라도 실제 적용되지 않는 조항들도 있다"며 "민간표준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만큼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표준 논란 왜? "불법유통 차단" vs "기술 고립 곤란"

지상파 방송사는 UHD 방송을 기존 HD 방송과 달리 암호화해 송출할 계획이다. 국내 시청자들이 암호해제 시스템(콘텐츠 프로텍터)이 설치된 TV 수신기를 통해서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는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 셋톱박스에 적용되는 수신제한시스템(CAS)과 유사한 방식이다. CAS는 시청자의 유료방송 서비스 여부를 판별하고 요금제별로 채널수신을 제한하는 일종의 검표소 역할을 하는 솔루션이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가 UHD 콘텐츠 보호에 의지를 보이는 것은 UHD 방송에 HD보다 많은 제작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한류 콘텐츠 소비가 많은 해외에서 국내 지상파 방송의 신호를 가로채 실시간 중계하고, 녹화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등 불법유통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막을 장치 마련이 시급한 셈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세계적인 영화·미디어 업체들은 콘텐츠 보호 방안을 갖추지 못한 해외 업체들에 배급을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콘텐츠 보호 기술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미국 헐리웃 영화, 드라마, 스포츠 리그 등 UHD 영상을 국내 시청자들이 못 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상파 방송사 요구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업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상파가 요구하는 이같은 암호화 기술이 정작 UHD 국제표준에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 기술이 UHD TV에 반영될 경우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TV와 별도로 국내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국내 TV 시장 규모는 200만~250만대 선. 같은 기간 2억대에 달하는 세계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국내 시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을 겨냥한 제품을 위해 생산설비와 인력을 따로 배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암호화 시스템이 없는 UHD TV를 해외에서 들여온 소비자들도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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