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셰프들이 근사한 요리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누구라도 쉽게 해먹을 수 있게 '레시피'까지 인터넷에 공개했다.
문제는 레시피대로 조리한다고 맛까지 그대로 재현하긴 힘들다는 점이다. 혼자 먹을 때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손님에게 대접하긴 불안하다.
이럴 때 돈이 들더라도 전문가를 불러 맡길 수 있다면?
지난 23일 함재경 한국레드햇 대표를 서울 삼성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참 재밌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레시피에 비유해 소개했다.
레드햇은 다른 상용 SW 기업처럼 SW 라이선스를 판매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SW는 SW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어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짜라도 전문성이 없으면 오픈소스 SW를 쓰긴 힘들다. 레시피가 맛을 보장해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함재경 대표는 "전문 역량을 제공하고 매월 혹은 매년 단위로 구독료(서브스크립션·subscrption)를 받는 것이 레드햇의 수익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레드햇의 이 같은 수익모델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6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 2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2년 오픈소스 SW 기업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를 일으킨 4년만에 두 배로 커졌다. 이제는 더 큰 성장을 노리고 있다.
레드햇의 성공 비결은 뭘까. 그는 수익 모델과 더불어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오픈소스 SW는 개발자가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소스코드를 공개하면 다른 개발자들이 같이 참여해 수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협업이 전제돼 있다. 레드햇은 이중 미래가 보이는 것에 투자해 함께 일한다.
함 대표는 "4년 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10만 개였지만 이제는 140만 개 이상"이라며 "그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검증된 오픈소스 솔루션이 나오고, 이는 제품 경쟁력을 올려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튼튼해질수록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며 "레드햇은 넘버원 컨트리뷰터(오픈소스 SW 개발에 도움을 주는 사람)"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한국레드햇 회의실은 주말이나 근무시간 이후엔 커뮤니티들이 쓰는 '오픈하우스'로 변한다.
함 대표는 이런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성격이 공유경제, 프로슈머 등의 최근 흐름과도 잘 부합한다고 봤다.
그는 "레드햇은 깃대를 꼽고 '나를 따르라'는 식이 아니라 시장에서 나오는 비전을 쫓아간다"며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체계(OS)인 리눅스만으로는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최근 3~4년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의 긴 여정으로 볼 때 그때그때 솔루션을 추가하며 시장에 잘 부응한 것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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