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갑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자체 구조조정 방안을 다음 주에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적정 규모를 찾기 위해서다.
금융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에 제출하기 위한 확정안이 다음 주에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 다음 주 정도면 확정될 것"이라며 "자구안을 정할 때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얼마의 자금이 부족하다고 나오면 무수한 후보 방안들 중 실현 가능성 있는 안을 확정하기 위해 기업과 채권은행은 계속해서 협의점을 찾아 나간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지금 업계 전체가 자구안을 제출한 상태기 때문에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이번 자구안의 심사 주체이면서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49.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한 배를 탄 입장이기 때문에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자구안 마련에 함께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구안 확정의 열쇠인 스트레스 테스트란 기업이 예상 손실에 대응하는 데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회계 감사 기구가 측정하는 절차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자구안의 규모에 변동이 생기는 것이다.
◆ 정부가 팔 걷어붙인 구조조정
대우조선해양과 최대 주주 산업은행이 자구안 확정에 공을 들이는 것은 조선업계의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조선업계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결과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2월 제2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조선업계 구조조정 추진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8개 관계기관이 참여한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도 지난 4월 26일 회의 중에 조선업계 대형 3사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서는 대우조선해양으로 하여금 기존 계획과 더불어 추가 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지난 5월 말까지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게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현대·삼성중공업에 관해서도 주채권은행이 최대한 자구계획을 징구(제출할 것을 요구)하도록 했다.
◆ 현대重·삼성重 자구안은 승인 단계
금융사 관계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업계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은 각각 3조5천억원과 1조5천억원 규모며 이미 채권은행에 제출된 후 잠정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승인이 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잠정 승인이란 표현은 실사 결과에 따라 미세 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데서 나온 것으로 자구안은 큰 틀에서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자구안을 제출했던 현대중공업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경영개선계획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계획안에는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함과 동시에 비조선 부문 계열사를 분사하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것과 관련한 사항이 포함됐다.
다만 이들 업체는 자구안의 규모는 물론 상세한 자산 매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는 것을 꺼리는 입장이다. 수술 대상이 되는 기업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이유에서다.
자구안을 받아든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해서 받은 자구안이긴 하지만 우리가 상세 내용을 공개할 권리는 없다"며 "업체도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이원갑기자 kaliu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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