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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딜라이브와 손잡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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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시장 특수성 고려…셋톱박스 서비스 융합

[성상훈기자] 글로벌 1위 OTT(Over the Top) 사업자 넷플릭스가 국내 유료방송사업자 딜라이브(구 C&M)와 서비스 출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는 케이블TV와 한배를 타게 된다.

저렴한 가격의 IPTV, 케이블TV가 득세하고 있는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할때 결국 셋톱박스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는 내년부터 딜라이브와 넷플릭스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UHD 셋톱박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휴맥스가 개발중인 '딜라이브 UHD 셋톱박스'는 빠르면 올해 말 개발을 완료해 내년 초 정식 출시될 전망이다.

딜라이브는 지난달 23일 넷플릭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 부진한 넷플릭스와 회사 매각 이슈에 시달리고 있는 딜라이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넷플릭스, 1위와 손잡지 않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는 올 초 열린 CES 2016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130개국에 신규 서비스 진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서비스 출시 국가는 전세계 190개국으로 늘어났다.

넷플릭스 내부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현지 서비스를 출시할때 1위 사업자와 손잡지 않는다"며 "전부 다 라고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1위 사업자는 혁신보다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3위 통신사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현지 공략에 나섰고 영국 역시 현지 3위 통신사 보다폰과 손을 잡았다.

보통은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아 현지 통신사와 제휴를 하는게 넷플릭스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이를테면 영국 보다폰의 'Red 4G' 가입자는 넷플릭스 서비스를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펼쳤던 것이 대표 사례다.

국내도 처음에는 통신사와 제휴 협상을 벌였지만 9:1에 가까운 수익 배분을 요구해 결국 결렬됐다. 자체적으로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 입장에서 굳이 불리한 수익 배분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IPTV와 넷플릭스의 또 다른 형태의 제휴 여지는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국내 OTT 시장은 토종이 강세"

국내 시장의 특수성도 넷플릭스가 케이블TV와 손잡은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곽동균 박사는 국내 미디어 시장에 대해 "한국은 MVPD(다채널방송사업자) 서비스 이용 가격이 너무 낮다"며 "이때문에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더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이 외에도 토종 서비스 강세, 온라인 불법 복제, 내수 시장 부족 등 문제가 산적해 있어 해외 서비스의 국내 진입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실제로 KISDI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경험이 있는 소비자들 중 유료로 이용하겠다고 답한 경우는 20.8%에 불과했다. 또한 60% 이상의 이용자가 OTT 서비스 때문에 '코드컷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미국은 한달 케이블TV 이용료가 5만7천~10만8천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1만원 내외인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케이블TV 이용을 해지하는 시청자가 대폭 늘었다. 이를 '코드 컷팅'이라 부른다.

콘텐츠 수가 다른 것도 큰 영향을 끼친다. 미국은 1천800여개 TV 쇼와 4천500여편의 영화 VOD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중 10%에 불과하다. 물론 자막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있지만 저작권 문제로 타 지역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도 상당수다.

이를 종합해보면 OTT 서비스임에도 케이블TV 셋톱박스에 탑재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딜라이브 매각 위한 새 옷 '넷플릭스'

딜라이브의 현재 상황도 양쪽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대목으로 꼽힌다.

딜라이브의 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 맥쿼리코리아 오퍼튜니티즈펀드 등은 지난 2007년 딜라이브 지분 93.8%를 인수할 때 특수목적법인(KCI)을 통해 1조5천670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자체 차입금 6천330억원 등 총 2조2천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융(대출)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도 위기까지 거론됐다.

딜라이브측은 매년 2천억원 규모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고 1천100억원의 보유 현금을 갖고 있어 경영상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회사를 매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데 이견은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UHD와 넷플릭스는 딜라이브를 부각 시킬 수 있는 최적의 요소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서비스 결합은 기업가치를 올리고 케이블TV의 기존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때문에 과도한 수익 배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SKT와 헬로비전 인수합병과 별도로 딜라이브가 케이블 업계 판도 변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매각을 할 후보군 이름도 여럿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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