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핵심 요소인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20대 국회 원구성이 한창인 상황에서 여야 중진들이 이 문제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간 갈등이 국회 등 정치권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12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개정을 놓고 정부 부처간 갈등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단통법 폐지나 다름없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데 이어 이를 상임위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 지도부 공개회의를 통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통신기기 시장은 다시 정글로 바뀐다"며 "국민들은 자기가 왜 그런 막대한 통신비를 부담해야 되는지도 모르면서 공짜폰이라는 허울좋은 상술에 휘말려 고액의 통신비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우 원내대표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발언에 대해 "(국회 운영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상임위원회가 구성되기 전 정부에 경고한 것"이라며 "상임위가 구성되는 대로 상임위 차원에서 단통법 개정안 제출 등 대응책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野 "꼼수로 국회 모욕, 정부에 경고"
단말기 지원금 상한은 지원금 공시와 함께 단통법의 핵심적인 축을 이룬다. 구체적 지원금 상한 금액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세칙의 하나인 고시를 통해 지정한다. 단통법상 지원금 상한 규정은 2014년 10월 기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검토 중인 방안은 이를 1년여 가량 앞당겨 폐지하자는 것. 현재 방통위 고시를 통해 33만원인 지원금 상한을 '출고가 이하'로 바꿔, 사실상 그 제한을 없애자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최근까지도 단통법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 기본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었던 것. 주무 부처 판단과 상관없이 상한제 폐지가 추진되면서 정부 부처간 '월권' 논란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도 지난 10일 "방통위 내부에서 지원금 상한규제 완화부터 지원금 폐지까지 여러 견해가 작은 목소리로 존재한다"며 "현 시점에서 상한제 폐지안이 논의된 바 없다"며 아예 이를 부인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부가 도대체 왜 이런 식의 제도변화를 가져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민주 정책위 관계자도 "19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단통법 개정안을 이미 여러 차례 제출했지만 현행 법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에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고시 개정으로 법 무력화를 꾀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 입법권 자체를 모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스스로도 성과를 자랑해놓고 뒤집은 황당한 상황"이라며 "청와대와 기재부가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을 명목으로 힘 없는 부처들을 몰아세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與 중진 "더 센 개정안도 준비 중"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규제 완화 등 차원에서 단통법 개정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회부의장으로 선임된 심재철 의원은 단통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단통법상 지원제 상한 규정을 삭제하고 추가지원금 한도를 폐지하는 게 골자.
이는 단말기 지원금을 과거처럼 이동통신업체와 제조업체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안보다 한걸음 더 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심재철 의원실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 안정화라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하나 여전히 단말기 실구매가격이 비싸 소비자 혜택이 크지 않다"며 "단통법이 이통사 이익만 늘려준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지원금을 더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같은 취지의 법안을 이미 발의한 만큼 그 연장선상의 입법활동"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당론이라기보다 개인적 입법활동으로 이해해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조석근 기자(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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