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센 놈들과 붙어야 우리도 더 세지지 않겠어요?"
보안업체 지니네트웍스를 이끌고 있는 이동범 대표는 오래 고민하는 성격이다. 무작정 덤비기보다 치밀하게 조사하고 계획을 세워 접근하는 타입이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반대되는 성격에 가까운 오치영 지란지교 대표는 그에게 "너는 맨날 조사만 하냐, 일단은 덤벼"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다.
스스로 "복싱에 비유하면 아웃복싱을 한다"고 표현한다. 미국 시장 도전을 결정하기까지도 그랬다고 한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양 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런 신중한 성격에 대해 들었던 탓일까. "미국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할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남다른 자신감이 느껴졌다.
올해 설립 11주년을 맞은 국내 1위 네트워크접근제어(NAC) 솔루션 기업 지니네트웍스는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우연찮게 회사 설립일과 같은 날인 지난 1월 7일 미국 법인(지니언스·Genians)이 업무를 시작했다. NAC이란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단말의 보안성을 검토해 선벽적으로 접근을 허용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 보안업체 중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파수닷컴, 소만사 정도다. 실패를 겪고 발길을 돌린 회사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장벽이 높다.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일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미국일까.
"브랜드가 없어 일회성 수출로 끝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대부분 한번 수출하고 4~5년 쉬었다가 또 한 번 하는 그런 모델이죠. 미국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붙어야 우리 경쟁력도 높아지고 브랜드가 생겨 다른 나라에 가더라도 비즈니스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 통해야 다른 국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인 셈이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선진 시장을 노리는 것이 곧 국내 시장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
"적용 사례나 고객 요구가 있어야 연구개발(R&D)을 하고 제품이 발전할텐데 국내는 그런 게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상화 환경에서 동작하는 NAC 제품을 개발했지만 국내에선 쓰는 고객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새 외국 기업과 격차가 생기고, 국내 고객 입장에선 '해외 제품이 더 좋잖아'라는 표현을 하게 됩니다. 사실은 요구가 없어 준비를 못했던 탓도 있는데요. 선진 시장 고객을 만나고 그 요구를 기반으로 제품을 준비해 따라가다 보면 국내 시장에 자연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보통 다른 기업들과 달리 궁합이 맞는 현지 파트너 기업을 찾기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온라인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구매를 유도하고, 사후서비스(AS)까지 모든 것을 제공한다. 중소 기업이 현재 목표 고객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좋은 파트너를 찾으려고 굉장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죠. 하지만 제품 기술력만 있으면 온라인 마케팅으로도 충분히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은 온라인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추가적인 기능을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결제를 유도해 월정액제 방식을 제공할 것입니다. 올해 200개 정도의 고객에게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려 합니다."
조만간 지니네트웍스는 미국 법인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 버전 NAC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 기업의 각종시스템과 묶여 돌아가는 기업형(enterprise) 서비스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김계연 연구소장이 미국 법인장을 맡아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온라인 마케팅의 관건은 역시 입소문이 날 정도의 '제품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강력한 제품이 나오진 않겠지만 사용자 행위를 추적하고 온라인을 통해 계속 수정을 거치면 제품 전달력이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니네트웍스가 미국 시장에 연착륙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그는 "미국 시장에 연착륙하기까지는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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