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비토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 같은 현상은 김 대표가 더민주 수장을 맡은 이후부터 지속돼 왔지만, 이번만큼은 강도가 사뭇 높다.
특히 한·미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키로 결정한 것과 관련, 김 대표가 '사실상 수용' 입장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고수하면서 사드 반대론자 사이에서는 사퇴 주장까지 불거질 정도다.
김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따져야 할 차원을 넘어서 버렸다"고 했다. 반대 당론을 결정한들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고 국론 분열만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 배치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을 때도 김 대표는 "재검토하란다고 재검토가 되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나"라고도 했다.
사드 반대론자들의 반발은 이 대목에서 폭발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대표는 말을 막,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을 운영해 본 적도 없고 지도부에 제대로 서 본 적도 없으니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또 "누구는 말을 함부로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느냐"라며 "(당 대표니까) 예우하고 같은 당에 있으니 막 하고 싶어도 '악'에서 'ㄱ' 빼고 '아' 정도로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김 대표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서도 "아무 쓸데없는 논리다. 그렇게 나아가면 당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양반은 기본적인 가치체계가 우리 당과 완전히 다르다. 8월이면 전당대회지만 사태가 심각하게 가면 사퇴하라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제1야당이 국민의 생존권과 국운이 걸린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와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것"이라며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의원들은 이들 뿐 아니라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이들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 대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성질 급한 사람들도 다 참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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