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20대 첫 정기국회 개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관련 법안들이 속속 제출되고 있다. 주로 방송통신 입법을 전담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내 여당 의원들 중심이다.
청와대가 레임덕 우려를 불식하면서 연일 야당에 대한 강공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이번 정기국회도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 편성을 둘러싼 여야간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그 만큼 ICT 진흥 입법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17일 국회 미방위에 따르면 현재 발의 된 ICT 법안 중 대표 사례는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의 '빅데이터 이용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빅데이터법)'이다. 배 의원은 지난 5월말 20대 국회 개회와 동시에 해당 법안을 제출했다. 여야를 통틀어 ICT 1호 법안이다.
개정안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3년마다 빅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특히 이동통신과 포털 등 정보통신 사업자가 비식별화된(사용자의 신상을 추정할 수 없도록 익명화 처리) 정보에 한해 이용자의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ICT 업계의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활용 방식과 분야에 따라 엄청난 부가가치가 예상되나 국내에선 개인정보 보호와 맞물려 제도화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같은 당 송희경 의원의 경우 SW교육진흥법을 발의한 상태. 미래부가 5년단위로 소프트웨어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정부와 지자체에 SW 교육을 위한 교원 연수와 연구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SW 교육지원 전담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핀테크 기반 스마트 고지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김성태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동통신 3사 기준 청구서 발송에만 3천5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가입자 25% 수준인 1천200만명에 대해 매월 40억원이 고지서 비용으로 소요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청구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김성태 의원 측 설명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국세 및 지방세 고지서에 선도적으로 스마트 고지서를 도입, 핀테크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야당 측은 방송 구조개편 등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이같은 진흥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 지는 미지수.
실제로 야당은 상대적으로 정부에 대한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 11일 KBS와 방문진(MBC 최대주주) 이사 추천 권한을 기존 방통위에서 국회로 이관하는 내용의 방송법 및 방통위법 개정안을 방송통신 분야 중점 추진 법안으로 발표한 상태다.
경찰과 검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의 통신사업자에 대한 통신자료 제출 요구 시 영장을 의무화한 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중점 법안 중 하나로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의 수사권 남용을 차단해 시민사회, 야권에 대한 정부기관의 사찰을 방지하자는 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이는 야당 입장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조성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이 탓에 입법 과정에서 여야간 팽팽한 신경전도 예상된다.
미방위 관계자는 "ICT 진흥에 관한 법률들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여야 원내 지도부가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쟁점 법안들에 비해 가능하면 입법을 서두른다는 입장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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