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통일부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및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 탈북 인사 중 최고위급 인사다.
통일부 정준길 대변인은 지난 17일 저녁 브리핑을 통해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 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한다"며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는 최고위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태 공사는 탈북 동기에 대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대한민국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최고위 엘리트에 해당하는 태 공사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을 이유로 탈북을 선택한 것이어서 이후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추가 탈북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재 태 공사는 국정원 주도의 합동신문센터를 통해 관계 기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에는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될 예정이다. 통일부는 태 공사의 탈북과 입국 경로 등에 대해서는 신변 보호와 해당국과의 외교 문제 등을 들어 밝히지 않았다.
태영호 공사의 탈북은 북한 체제에서는 상당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 엘리트 계층에서도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크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제71주년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주민들을 거론하며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떤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탈북이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 1994년 5일 강성산 정무원 총리의 사위인 강명도 씨, 김일성대 상급교원이었던 조명철 씨가 탈북했고, 1997년 4월에는 북한의 핵심 이념인 주체사상을 창시한 황장엽 전 비서과 김덕홍 노동당 부실장이 귀순하면서 고위층 탈북이 정점을 찍었다.
당시 황장엽 전 비서의 탈북은 북한 매체들이 '비겁자는 갈테면 가라'고 수차 언급할 만큼 충격이 컸지만, 북한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고위층의 탈북은 북한 정권의 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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