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기자] 삼성전자가 새 것처럼 수리한 중고 스마트폰, 일명 '리퍼비시 폰(이하 리퍼폰)'을 판매한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낮은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보급을 확대하고, 현지 업체로부터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2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리퍼폰'을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프리미엄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갤럭시 클럽'을 운영해 왔다. 갤럭시 클럽은 기기 할부금과 함께 월 7천700원을 추가로 납부하면 1년마다 남은 할부원금과 상관없이 갤럭시 최신 기종으로 전환 해 주는 제도다. 애플이 먼저 시행한 '아이폰 리스 프로그램'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클럽을 통해 회수된 기기를 싹 수리해 '리퍼폰'으로 만들어 시장에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외신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리퍼폰의 가격을 기존 가격보다 얼마나 할인할 것인지, 어떤 시장에 어떤 모델을 출시할 것인지에 대한 사항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리퍼폰 제도는 삼성이 인도 등의 신흥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800달러(한화 약 90만원)가 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인도 소비자들의 구매력 밖에 있기 때문이다. 저가 제품으로 승부하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S7 시리즈와 갤럭시노트7의 경우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해당 제품군의 리퍼폰 또한 시장 반응이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해당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켄 하이어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의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전 세계 리퍼폰 시장은 올해 전년 대비 14%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이 시장이 향후 10년간 꾸준히 커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리퍼폰을 팔게 되면 하나의 기기를 두번 파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것이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수익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자동차 시장에서처럼 리스됐다가 반납된 차량을 중고차로 다시 판매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SA는 삼성전자 리퍼폰의 주요 구매 고객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가지고는 싶지만, 제품의 비싼 가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A는 삼성전자의 리퍼폰이 중국의 화웨이, ZTE, 오포, 샤오미, 러에코와 같이 상대적으로 기기값이 낮은 제조사의 프리미엄 제품을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이어스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7 시리즈의 리퍼폰은 중국 제조사의 프리미엄 제품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삼성전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하나의 기기를 두 번 팔뿐 아니라 중국 업체의 도전을 뿌리치고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모델의 판매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은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리퍼폰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리퍼폰 판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그만큼 수요 조사가 완료됐고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결과일 것"라고 말했다.
그는 "리퍼폰 판매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굴리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 확대 차원에서는 긍정적이고 재고 떨이에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리퍼폰 판매 수량이 많아지면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애플의 경우 이미 리퍼폰을 미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팔고 있지만 판매량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애플은 지난 5월 인도 시장에 리퍼폰을 판매하려고 인도 정부에 허가를 구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분기 인도 시장 내 애플의 점유율이 SA 기준 2% 남짓. 저가 제품이 지배적인 인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리퍼폰'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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