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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오명벗은 日 위스키, 세계가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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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우수성·대중화·정부 규제 완화 바탕으로 급성장…일부서 '품귀현상'

[장유미기자] #지난 2일 일본 후쿠오카시 니시나카수에 위치한 라운지 바 야모리. 늦은 밤에도 삼삼오오 모여든 고객들로 매장 안은 금세 북적거렸다. 강변에 위치해 야경을 감상하며 술 한 잔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혼술족과 데이트를 하러 온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주로 칵테일이 많이 판매됐지만 심심찮게 '조니워커 블랙', '라가불린 16년', '탈리스커' 등 디아지오의 위스키 제품뿐만 아니라 '야마자키', '히비키' 등 일본 위스키를 즐기는 이들도 곳곳에 있었다. 이곳의 주요 고객층은 20~30대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일본 위스키 시장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2008년에는 경기불황과 더불어 소비자의 건강 지향 트렌드와 독주 기피 현상 등으로 위스키 시장이 바닥을 쳤던 일본은 관련 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제품 개발, 바(Bar) 문화 확산 등의 영향으로 지금은 '위스키 강국'으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해도 일본에서 위스키에 대한 인식은 '나이 든 어른들이 마시는 술', '독한 술', '젊은이들이 가는 술집에는 없는 술' 등의 이미지였다. 이로 인해 1988년에 2천924만4천상자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일본 위스키 시장은 20년이 되는 2008년에는 834만5천상자로 시장이 약 72%나 급감하는 등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위기를 느낀 일본 위스키 업체들은 젊은층과 여성층 등 새로운 고객을 확보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대중화를 이끌었다.

특히 산토리는 '하이볼 프로모션'으로 일본 위스키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하이볼은 위스키와 소다수 등을 섞은 제품으로, 위스키의 향과 맛은 그대로 즐기면서 알코올 도수가 낮아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위스키는 1918년 양조 기술자인 다케쓰루 마사타카가 스코틀랜드의 대학과 양조장에서 위스키 제조 기술을 배우고 돌아와 산토리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와 손잡고 첫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다케쓰루는 산토리를 퇴사한 후 닛카 위스키를 만들어 현재 산토리와 일본 위스키 시장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1899년 설립된 산토리는 이미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제품들을 생산·판매하면서 세계 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짐빔과 메이커스마크, 캐나디안클럽 등 유명 위스키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위스키업체 빔을 160억 달러(약 18조4천608억원)에 인수하며 세계 4위 위스키 대기업 반열에도 올라섰다.

산토리는 스코틀랜드 전통에 동양의 맛을 가미한 위스키 제품으로 국제 품평회를 휩쓸었다. 이곳은 세계 최고 위스키로 선정된 야마자키 외에도 하쿠슈, 히비키 등 다양한 위스키를 선보이며 세계 증류주 시장에서는 상위권에 올라섰다. 각 제품들은 현재 해외 곳곳에서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 산토리 위스키 확보 전쟁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국내에서 레스토랑, 일본 선술집(이자카야) 등에서 산토리 위스키를 찾는 이들을 급증했지만 공급량이 적기 때문이다. 산토리 위스키 수입사인 선보주류에 따르면 수입량은 국내 도매상 주문량의 10% 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야마자키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스키를 즐기고 싶지만 가격에 부담을 느끼던 이들이 즐겨찾던 위스키였지만 '야마자키 2013년산 쉐리 캐스크'가 영국 위스키 가이드북이 선정한 세계 최고 위스키가 되면서 몸값이 치솟았다"며 "국내 일반 라운지 바에서 한 잔당 가격은 1년 사이에 30% 이상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위스키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짝퉁'이라는 오명을 얻고 무시 당했다. 그러나 각 업체들이 장인정신과 품질 제일주의를 앞세워 스코틀랜드보다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한 결과 지금은 많은 애호가들이 생겨나 일본 현지에서도 '귀한 술' 대접을 받고 있다. 여기에 드라마 '맛상', '심야식당' 등으로 대중들이 위스키를 하나의 문화로 친숙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시장 발전을 이끌어 낸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뿐만 아니라 하이볼을 즐기는 일본인들이 늘어나면서 저가 위스키 제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일본 위스키는 현재 자국 내 수요만 감당하기에도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일본 위스키 수입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 위스키 수입량은 지난 2013년 392.7톤(수입액 154만 달러)에서 지난해 845.7톤(182만8천 달러)로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이자카야를 중심으로 '하이볼'을 통해 일본 위스키를 접했던 이들이 맛에 길들여지면서 '야마자키', '히비키', '가쿠빈' 등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시장 규모는 2000년대 초반만해도 1조원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약 6천억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업소에서 중년 남성이 주로 즐기는 고급 술 이미지가 강하고 가격이 비싼 데다 독주라는 인식이 강해 많은 이들이 자주 먹거나 혼자 먹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도 이들에게 더 큰 위기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의 접대비 건당 한도가 음식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규정돼 단가가 높은 위스키 매출은 직격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위스키와 달리 일본 위스키가 세계를 사로잡은 비결은 제품의 우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도 큰 역할을 했다"며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 후 양조산업이 타격을 받자 제조·유통 면허 조건을 완화했고 주류 행정 대부분도 주류업체 단체인 조합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본적으로 일본 주류 정책은 주류산업 육성과 조세 확보 차원에서 만들어진다"며 "일본 국세청 주류정책 담당자도 장기간 근무하기 때문에 수시로 정책 담당자가 바뀌는 한국보다 더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도 산업 발전을 이끄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쿠오카(일본)=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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