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82세 할머니 모드는 차를 끓여놓고도 마시지 않고 본인의 집을 못 찾을 뿐 아니라 딸과 손녀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중증 치매 환자다.
그런데 매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 포스트잇에 중요한 메모를 빼곡히 적어야만 하는 그녀가 확실히 기억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녀의 친구 엘리자베스가 실종됐다는 것. 그녀의 주머니 속 '엘리자베스에게 연락 없음'이라고 적힌 쪽지가 이 사실을 알려준다.
신간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는 기억의 조각을 잃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모드는 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 접시를 깨게 되고 깨진 접시의 파편을 보며 70년 전 여행 가방만 남기고 실종된 언니 수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 모드의 기억과 행동을 통해 독자들은 그녀가 애타게 찾는 언니 수키와 친구 엘리자베스의 행방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하지만 모두가 수수께끼를 잃어버린 가운데 의아하게도 어딘가 어긋나버린 모드의 머릿속에는 70년 묵은 수수께끼의 답이 숨어 있다.
이 소설은 인생에 있어 기억과 상실감, 당사자와 그 가족을 괴롭히는 노년의 치매에 대해 솔직하고 통렬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작가 엠마 힐리는 주변에 치매를 앓던 지인 중 한 할머니가 갑자기 '내 친구가 실종됐어"라고 말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력적인 심리 스릴러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엠마 힐리 지음, 이영아 옮김/미래엔,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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