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기자]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3종(C(H)PI-380N, CPSI-370N, CHPCI-430N)에서 검출된 중금속 '니켈' 성분의 양이 위해성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니켈 성분에 특히 민감한 '니켈과민군' 소비자의 경우 해당 정수기를 이용하면 피부염 증상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과 환경부, 한국소비자원은 니켈 성분이 검출된 코웨이 얼음정수기 3종의 위해성 여부 검토를 위해 구성한 민·관합동 제품결함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위원회는 홍순찬 단국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산업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소비자원,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제품 결함의 원인과 니켈의 위해성 규명을 위해 증발기 구조분석, 니켈 검출 농도 및 위해 요인 등을 약 2개월간 조사했다.
◆니켈 도금 벗겨진 이유는 냉각구조물 '접촉 불량'
조사위원회는 코웨이 얼음정수기 3종에서 니켈 도금이 떨어져나온 원인은 증발기와 히터 등으로 구성된 냉각구조물의 구조·제조상 결함 문제라고 밝혔다.
냉각구조물이란 ▲증발기 ▲히터 ▲냉수플레이트로 이뤄진 부속품으로 증발기는 제빙기능을, 히터는 탈빙기능을, 냉수플레이트는 정수물을 흘려 냉수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조사위원회는 냉각구조물 100개를 분해한 결과, 증발기와 히터 간 접촉부에서 조립과정 중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는 증발기 도금손상이 육안으로만 22개 구조물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협소한 냉각구조물 틀 속에 증발기와 히터의 측면이 서로 접촉하도록 조립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증발기와 히터가 접촉되는 부분의 니켈도금에 손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위원회 측 설명이다.
또한 증발기와 히터가 상부케이스(냉수플레이트)안에 갇혀 공기접촉이 어렵고 상호 압축·밀착 상태가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증발기와 히터간 급격한 온도변화가 발생하게 되고, 니켈도금층이 열응력에 의해 손상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이 가속화된 것으로 조사위원회는 추정했다.
열응력이란 제빙(냉각온도 영하 18도)과 탈빙(히터가열온도 영상 120도)이 반복되는 동안 밀착된 서로 다른 금속(증발기와 히터)이 압축․팽창하면서 서로 가해지는 힘을 말한다.
◆위해성 우려는 낮은 수준이지만 니켈에 민감한 체질은 피부염 우려
조사위원회는 코웨이의 자체 조사자료 중 최고 농도의 니켈이 검출된 정수기 1천10대에 대한 수질조사 자료를 토대로, 단기‧장기‧평생동안 얼음정수기를 통해 니켈을 섭취할 경우의 위해성을 각각 평가했다.
실제 사용기간(2년 미만) 및 대부분의 제품이 이미 수거된 점을 고려해 장‧단기 노출로 평가한 경우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이었다.
10일 이내의 단기간 사용으로 가정했을 때는 미국 환경청(US EPA)의 어린이 단기(10day) 권고치(1mg/L)로, 검출된 최고 농도인 경우도 위해수준 미만이었다. 실제 사용기간(최대 2년) 동안 장기 노출된 경우 미국 환경청의 어린이 장기(7년 음용기준) 권고치(0.5mg/L)로, 검출된 최고 농도인 경우도 마찬가지로 위해수준보다 아래였다.
검출 최고농도 니켈이 든 냉수를 평생 동안(70년) 매일 2L씩 음용한 것으로 가정했을 경우에도 미국 환경청(US EPA)의 음용권고치(0.1mg/L)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권고치(0.07mg/L)로 판단했을 때 일부 제품에서 인체 위해 우려가 있으나, 실제 노출조건과 상이한 가정으로서 타당성이 낮다는것이 조사위원회의 설명이다.
문제 제품들의 최대 사용기간이 2년 이내이고 이미 제품 대부분이 수거된 점을 고려했을 때 평생을 노출기간으로 가정하면 위해도가 지나치게 과대평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
다만, 조사위원회는 "해당 정수기에서 나온 물의 위해 우려 수준이 낮게 나타났더라도 아무 조치 없이 계속 사용할 경우 니켈에 민감한 일부 소비자에게는 피부염 등의 증상이 우려된다"고 진단하며 "여전히 수거되지 않은 문제 제품을 가진 소비자들은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사 방법에 한계 부딪혀 코웨이 측 조사자료 기반으로 검토
조사위원회가 문제가 된 코웨이 얼음정수기 3종의 니켈 검출수준을 파악하고자 자체 실험을 2차례 실시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가 수거·보관 중이던 제품은 소수에 불과했고, 이에 대한 단기간의 시험은 실제 니켈 검출수준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사위원회는 객관성 논란을 우려해 당초 검토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코웨이의 자체조사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했다. 그 결과 사용 중이던 제품에서 최고 0.386㎎/L의 니켈 검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자료는 코웨이가 문제를 최초로 인지했던 지난해 8월 실시한 수질조사(19대) 및 지난 5월 소비자가 사용중이던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질조사(1천10대) 자료였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초반에 조사위윈회의 부식·화학·수질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법으로 시험했으나 의외로 니켈 검출 수치가 낮아서 또다시 시험 방법을 두고 토론을 하게 됐다"며 "객관성 논란 우려가 있음에도 코웨이의 자료를 채택한 이유는 해당 업체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해 지난 5월 자체 개선 조치를 했던 것을 감안했고, 또 그 당시의 상황을 다시 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일단 조사위원회의 자료와 비교해보자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웨이는 해당 정수기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했고, 이에 기반해서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타사 얼음정수기는 일단 '문제 없다'고 잠정 결론
한편, 조사위원회는 타사 얼음정수기의 경우 증발기 구조가 이번 3종 얼음정수기의 증발기 구조와는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타사얼음정수기에서는 관련된 문제가 없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코웨이 제품도 문제가 된 3종을 제외한 다른 얼음정수기의 증발기도 문제가 없는 형태라는 설명이다.
타사 얼음정수기의 증발기 조사는 한국소비자원 주관 하에 진행되고 있으며, 조사결과는 나오는 대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후 정부는 타사 얼음정수기에 대해서도 니켈 검출 여부 등 문제가 있는지 안전성 모니터링을 실시해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코웨이 "피부염 증상 겪은 고객 치료비 지원하겠다"
이날 코웨이는 조사위원회의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회사 측에 따르면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 3종의 96%가 현재 회수가 완료되거나 확정된 상황이다. 나머지 4%는 연락이 닿지 않거나 반환을 원치 않는 고객이다.
코웨이는 제품 결함 재발방지를 위해 "제품 기획·설계·생산·서비스 등 전 단계에서 품질 및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대표이사 직속 모니터링 조직을 설치·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판매된 제품의 지속적인 품질 점검 및 관리 서비스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내용을 소비자에게 알릴 계획이다.
이미 제품을 통해 나온 물을 음용한 고객을 위해 외부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오는 19일부터 고객케어 전용 콜센터를 통해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제품 사용 기간 동안 피부염 증상을 겪은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불량이나 니켈과민군 해당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한 치료비를 지원한다.
코웨이 관계자는 "대표이사 직속 모니터링 조직은 내부 인원 중심으로 꾸릴 예정"이라며 "치료비 환급 대상은 문제가 된 정수기 3종을 사용하고 있는 11만개 계정 중 니켈 도금 모델을 쓰고 있는 8만7천개 계정이며, 피부 관련 질환 치료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그만큼 환급해 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부 관련 질환이라도 탈모나 손톱 질환 등의 경우는 니켈 성분과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습진이나 두드러기 등 니켈 과민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 한해서만 치료비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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