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케이블TV가 의무재전송 채널(KBS1, EBS)을 제외하고 다른 지상파(KBS2, MBC, SBS) 채널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요금제를 추진한다.
이 같은 요금제가 출시되면 케이블TV 가입자는 KB2, SBS, MBC는 보지 않고 tvN같은 방송채널사용자(PP) 방송만 봐서 지상파 방송을 모두 볼 때보다 사용 요금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는 시청자를 빼앗기고 채널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는 이 같은 요금제 출시를 반기지 않는다. 케이블TV 요금 상품을 승인하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는 지상파 선택 요금제 출시를 추진한다. 그동안 지상파와 PP를 묶어서 약 1만5천원에 팔았는데, 지상파 채널의 경우 가입자당 재송신료 (CPS)대로 이를 따로 받겠다는 것.
이를테면 지상파 선택 요금제가 나오면 채널 당 CPS가 280원일 때, 지상파 3개 채널을 다보면 840원으로 PP채널과 함께 1만5천840원을 내야 한다. 반면 지상파 3개 채널을 보고 싶지 않은 가입자는 PP 방송만 1만5천원에 보면 된다. 지상파가 CPS를 인상한다면 이도 요금에 반영할 전망이다.
케이블TV는 방송사별 팩 상품도 구상중이다. 이는' MBC팩', 'KBS팩'이라고 해서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를 묶어서 파는 형태다.
케이블TV가 이 같은 상품을 추진하는 것은 가입자의 시청 형태가 달라졌고, 더 이상 지리한 CPS 협상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상파 방송사를 유료방송 시장에서 무한 경쟁 판에 올리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CPS 가이드라인을 금주 중 발표할 계획이지만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인만큼 실효성이 낮을 확률이 크다. 케이블TV로선 가격 협상시마다 테이블에 앉을 필요가 없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케이블 채널이 부상하면서, 지상파도 골라보고 싶다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 같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을 출시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콘텐츠 공급사인 지상파와 늘 지리한 CPS 협상에 시달렸는데 선택 요금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상파가 인상한 CPS 그대로 요금에 반영해서 지상파와 갈등도 줄이고, PP 채널만 보고 싶은 가입자 요구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상파는 현실 가능성이 낮다며 반기지 않고 있다.
지상파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지 않았지만 지상파를 깨끗하게 보고 싶어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많다"며 "결국 CPS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CPS 협상의 원칙은 소비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 제값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상파 선택 요금제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케이블TV가 지상파 선택 요금제를 출시하기 위해선 방송법상 이용요금 등 약관을 심사하는 미래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래부는 소비자 후생, 사용자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확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케이블TV가 아직 지상파 선택 요금제를 미래부에 신고한 상황이 아니어서 된다 안된다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케이블TV가 실제로 이를 추진한다면 소비자 후생, 사업자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요금제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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