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빅데이터 분석 환경을 제공하는 '제플린(Zeppelin)'은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에서 가장 인기있고 빠르게 성장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130명이 넘는 컨트리뷰터들이 코드를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제플린 프로젝트가 국내 스타트업에서 시작됐다는 점. 지난 5월 아파치 인큐베이션을 졸업하고 톱레벨 프로젝트로 승격된 제플린은 현재 트위터,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파치 프로젝트가 된다는 것은 소스코드의 소유권, 커뮤니티, 브랜드 등을 재단으로 이전함을 뜻한다. 대신에 유명 오픈소스 재단인 '아파치'라는 브랜드를 얻게 된다. 그만큼 사용자, 컨트리뷰터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지난 24일 네이버 개발자 행사 '네이버 데뷰 2016' 행사에서 만난 이문수 제플린 X(옛 NF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제플린의 인기 비결에 대해 "소스코드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까지 공개하려고 노력한 것이 어필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운이 좋았던 게 (우리는) 이미 외국인 개발자가 많았고 원격, 자율 근무 등을 하고 있어 오픈소스 방식을 적용하기 쉬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의사결정까지 공개된 오픈소스가 더 좋은 오픈소스"라고 강조했다.
오픈소스의 인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깃허브 레파지토리의 별개수로 보면 10월 12일 기준 제플린은 300개 이상의 프로젝트 중 2천27개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컨트리뷰터 수는 153명으로 8위에 올라있다.
이문석 CTO는 "트위터의 경우 현재는 1천명이 넘는 사람이 제플린을 쓰고 있고, 넷플릭스 내부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포털에도 제플린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라인, 캐시슬라이드 등에서도 제플린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오픈소스의 수익모델은 기술지원(서포트), 교육,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오픈소스에 없는 기능을 추가해 기업용(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출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제플린 X는 지금의 회사 규모로 이런 서비스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픈소스에서 직접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다른 상품으로 수익을 만드는 방식(Open adoption)을 택한 것. 비즈니스 측면에선 아직 시작 단계다.
그는 "오픈소스 깃을 모아놓고 사람들이 쉽게 검색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한 깃허브 서비스처럼 '제플린 허브'라는 상품을 만들어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플린 사용자가 공유, 협업 시 이용하게 만드려 한다"고 말했다. 제플린 허브는 제플린이 만든 노트북으로 빅데이터 분석 코드 등이 적힌 문서를 말한다.
이 CTO는 특히 지속 가능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위해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호튼웍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은 제플린을 활용해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제플린 자체의 기능이 조금 부족해도 생태계가 풍부하면 오히려 더 강력한 오픈소스"라며 "제플린으로 돈을 버는 회사, 제플린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많아질수록 제플린이 사라지긴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회사로 출발해 오픈소스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는 제플린 X는 최근 시리즈 A 투자도 받은 상태다. 현재 0.6 버전인 제플린은 완성도를 더욱 높여 1.0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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