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청와대의 '기습개각'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동안 비박계가 주장한 거국중립내각이 이번 개각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여권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여당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각발표는 당혹스럽다"며 "청와대가 개각 전에 야당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없었던 듯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앞으로 야당에서 개각에 대해 동의를 해주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 상황에 대해 얼마나 무거운지 제대로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순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안종범 전 수석이 검찰 출두하는 날에 국회와는 한 번도 협의없이 어떻게 총리를 지명하느냐"며 "어떻게 천길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고 있는 나라를 구할 마지막 방안마저 걷어차느냐"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거국내각 총리는 국민의 신뢰는 물론 야당의 흔쾌한 지지가 있어야 정부를 통할하고 국민의 마음을 추스르면서 나라를 끌어갈 수 있을지 말지다"며 "그런데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정녕 나라와 국민의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리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장제원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청와대의 개각 발표에 대해 "머리를 징으로 맞은 것 같다. 제 귀를 의심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수용하라는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장 의원은 "안종범 전 수석의 측근으로부터 '대통령의 지시로 재단 일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안봉근 전 비서관의 차량으로 최순실이 청와대에 프리패스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며 "국무총리 지명은 즉시 철회돼야 한다. 향후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與 지도부도 몰랐던 개각 발표에 비박계, '허탈'
정병국 의원은 이날 간담회 도중 개각 소식을 듣고 이정현 대표에게 "대통령의 신임총리 내정 사실을 알았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그런 것은 다음에 말하자"며 즉답을 피하자, 정 의원은 "우리가 백날 이렇게 떠들어봐도 결국 이같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정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참으로 암담하다. 지도부는 이번 인선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 또한 큰 문제"라며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간담회에서 내각 인선을 뒤늦게 알았음을 스스로 입증해 실소를 자아냈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그런데 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국정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며 "당대표조차 몰랐다던 개각에 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의 입장을 밝힌 것은 당이 주장한 거국중립내각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며 당과 국민에 대한 조롱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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