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올 초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던 신동빈 회장이 K스포츠재단 지원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롯데그룹이 부담감을 보이고 있다.
일단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만약 검찰 수사를 통해 이 같은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은 실정법 위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의 조사 과정에서 올 초 박 대통령이 신 회장을 따로 만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올해 2월 말에서 3월 초쯤 신 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당시 신 회장의 일정을 확인해봤지만 2월 말에서 3월 초에 대통령과 독대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신 회장은 그 기간 동안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출장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그 외 기간의 면담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이 외 다른 시기에 신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롯데 측이 다른 시기에 독대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재계에서는 2월 말~3월 초가 아닌 다른 시기에 두 사람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독대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신 회장이 3월 중순경 단독으로 만났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롯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신 회장과 독대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 측은 대통령의 공식 일정상 단독 면담 자리는 있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현재 검찰은 정확한 독대 시점과 면담에서 오고 갔던 대화 내용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신 회장의 비공개 면담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롯데의 '70억원대 추가 지원' 배경에 대한 의문도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계 등에 따르면 롯데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75억원의 출연 요청을 받고 3개월 동안 35억원을 깎기 위해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롯데그룹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 관계자 2명은 지난 3월 20일쯤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석환 대외협력단 CSR 팀장(상무)을 만나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설명하고 기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롯데는 올해 1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이후 K스포츠재단은 35억원을 깎아달라는 롯데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압박 수위를 높여 결국 롯데로부터 지난 5월 70억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열흘 후 70억원을 다시 롯데에 돌려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6월 10일)이 임박했다는 수사 정보를 미리 입수한 최순실 씨 측이 뒤탈을 염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추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K스포츠 관계자가 갑자기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에 지원금에 대해 서로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만일 신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가 이뤄졌다면 K스포츠재단 인사들이 롯데그룹을 찾아가기 바로 전인 3월 중순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요청한 게 사실일 경우 재단 출연금 모금에 깊이 개입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일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 수사 검토 대상에 오를 개연성도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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