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전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10일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수혜업종과 종목 찾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수혜업종으로 금융, 소재 및 산업재, 바이오, 중국소비주, 통신, 에너지 등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주의 경우, 트럼프가 금융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
SK증권의 이은택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글래스-스티걸법(투자은행(IB)과 상업은행(CB)의 분리)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규제인 도드-프랭크법(2010), 볼커룰(자기자본 투자 금지, 2015)는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장하던 힐러리보다는 금융시장에 낫다는 인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전통 공화당과는 맞지 않다는 말이 있지만, 최소한 규제와 세금을 낮춰야한다는 데에는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전통 가치와 잘 맞는다"며 "따라서 금융은 가장 빠르게 물살을 탈 수 있는 정책분야일 수 있고, 이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원하는 바와도 같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에서도 "트럼프가 도드-프랭크법(금융권 규제 강화 법안)의 폐지와 저금리 유지라는 공약을 걸었는데, 금융감독 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산업에 우호적인 저금리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정치후원금 내역을 보면 건설과 운송, 금융, 정유업종의 후원 금액이 가장 많았던 만큼, 공약을 넘어 실제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밖에 국내의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산업이 미국과 제도적으로 독립적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이슈라는 시각도 있다(유안타증권).
◆오바마케어 폐지로 제약주 호재…대형 인프라투자 공약에 산업재도 기대
바이오업종도 유망한 것으로 기대됐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의 폐지 및 대체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사회보장 성격의 의료지출은 큰 틀에서 유지하고, HSAs(Health Savings Account)를 활성화 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한 바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트럼프의 정책이 현실화 된다면 헬스케어 서비스는 타격을 받고 민간 건강보험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며 "제약업종의 경우 트럼프의 정책보다는 클린턴의 약가 인하 정책이 자동 폐기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약세를 만회하는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재 및 산업재도 긍정적으로 전망됐다. 소재와 산업재는 트럼프와 클린턴 두 미국 대선 후보 정책의 공통점이었던 인프라 투자 관련 수혜 분야다.
신한금융투자는 "클린턴은 인프라 투자에 대해 2천750억달러 규모의 투자 자금을 마련해 집행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는데, 트럼프는 클린턴 인프라 투자 공약의 최소 2배 이상(8천억~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며 "이는 투자 활성화에 따른 수혜는 클린턴 당선 시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뜻으로, 2011년 이후 5년 이상 눌려 있었던 소재 및 산업재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화장품 등 중국소비주에도 기대감이 나타났다. SK증권의 이 애널리스트는 "사드 철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들 기업들의 이익만 견조하다면 바닥국면인 주가가 반등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기술주의 경우, IT/소프트웨어(SW) 쪽은 부정적으로 예상됐지만, 통신주에는 호재로 분석됐다.
대신증권의 오 애널리스트는 "IT/소프트웨어 업종은 정책 패러다임이 혁신에서 양적성장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누렸던 프리미엄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벤처캐피탈 과세 정책에 의해 신기술 산업의 경쟁력도 위축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망 중립성 원칙 변화시 통신주에 유리
반면에 통신업종에 대해서는 "트럼프는 망 중립성(통신사들이 합법적인 서비스에 대해 불합리하게 차별해선 안된다는 것) 원칙을 반대하며 자유 경쟁을 주장하기 때문에 망 중립성 원칙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망 중립성 원칙이 후퇴할 경우 인터넷 서비스는 피해를 보고 통신업종은 수혜주가 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 원칙이 흔들릴 경우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한국의 통신업종에 대한 기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에너지/석탄 기업에 대한 기대감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파리기후협정 폐기,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생산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에너지/석탄 기업은 수혜업종이 되고 신재생에너지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풍력발전 및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최광식 애널리스트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는 2017년 1월 발효 후, 3년 후에나 가능(1년전 통보)하다"며 "트럼프 집권 기간에 탈퇴를 통보할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의 이슈는아니고, 말이 자주 바뀌는 그의 최종결정을 지켜볼 시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지원책 가운데 PTC의 경우 이미 5년 장기연장이 결정된 상태여서 북미 풍력 발전단지 투자에 당장 영향은 없고, 트럼프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지 에너지믹스는 상관없다며, 풍력 세제 지원 혜택을 지지한다고 언급한 바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의 풍력투자는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전날 풍력발전 관련종목들의 급락은 과도했다는 의견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