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무죄 판결에…넥슨 "드릴 말씀 없어" 말 아껴

[문영수기자]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넥슨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판결 결과에 반발하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대표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509호 법정에서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 대표 측이 진 전 검사장에 전한 금품 등이 대가성이 없다고 봤다. 진 전 검사장에 주식 등을 전달한 직후 넥슨이 어떠한 직무와 관련된 이익을 본 것이 없는 만큼 이를 뇌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 검사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넥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한진 측에 처남의 용역 계약을 부탁한 부분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금융 거래를 한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아 이날 징역 4년형에 처해졌다.

판결 직후 넥슨 측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법원을 찾은 넥슨과 엔엑스씨 관계자는 "(판결과 관련해)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김정주 대표 역시 판결 직후 변호인 등에 둘러싸여 법원을 신속히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 앞서 업계에서는 김 대표와 진 전 검사장의 뇌물 혐의 등이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높이 점치는 분위기였다. 그간 대가성을 부인했던 김 전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하지만 검사이기 때문인 점을 부인할 수 없고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돈을 제공했다'고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과 반대되는 판결이 나오자 13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반발하는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9억원대에 이르는 금품 등을 건넨 것을 두고 대가성이 없어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재판부 판결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넥슨의 '표정관리'도 이 같은 반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죄' 판결에…넥슨 '오너리스크' 해소할까

게임업계는 이날 판결을 계기로 넥슨이 그간 직면했던 '오너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넥슨은 올해 3월말 진 전 검사장의 수상한 '주식대박' 의혹이 보도된 이후 약 8개월 간 '오너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지난 7월 출시한 기대작 '서든어택2'가 23일 만에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는 악재가 겹치면서 창사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넥슨의 '오너리스크' 해소는 향후 이어질 2심 결과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일부 중요 쟁점에 관해 견해차가 있는 만큼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할 계획"이라며 1심 판결에 불복한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한편 김 대표는 주식특혜 논란이 불거져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던 지난 7월말 넥슨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게재한 사과문에서 "저는 사적 관계 속에서 공적인 최소한의 룰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너무 죄송해 말씀을 드리기조차 조심스럽다. 법의 판단과 별개로 저는 평생 이번의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