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기자] LG전자가 미국·캐나다 시장에서 판매한 휴대용 에어컨 50만2천대를 리콜한다. 일부 모델에서 기기 과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지난 16일자로 LG전자의 일부 휴대용 에어컨에 대한 자발적 리콜 조치를 내렸다. 문제가 된 제품의 모델명은 LP0711WNR, LP0813WNR, LP0814WNR 세 가지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서 생산됐다. LG 로고가 전면에 부착돼 있으며 ▲높이 30인치 ▲너비 12인치 ▲두께 14인치 ▲무게 50파운드(약 23kg)의 소형 에어컨이다. 모델명은 기기 좌측 패널에 표기돼 있다.
리콜 대상 제품은 미국에서 46만6천대, 캐나다에서 3만6천대가 판매됐다. 지난 2011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홈디포(Home Depot)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도·소매점에서 250~280달러에 유통됐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판매되지 않았다.
CPSC에 따르면 지금까지 LG전자의 리콜 대상 제품이 일으킨 화재는 총 4건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재산 손실은 38만달러(약 4억5천만원)에 달한다. 부상자나 사망자는 없었다.
CPSC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 "소비자들은 즉시 리콜 대상 제품의 사용을 중단하고 LG전자 측에 연락해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무료로 제품을 수리받으라"고 조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화재 신고 4건을 접수받은 뒤 자발적으로 CPSC에 건의해 리콜을 진행하게 됐다"며 "에어컨 내부에 고인 응축수를 퍼내는 모터에 과열 우려가 있어 여기에 과부하 방지 퓨즈를 설치하는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2012년 북미 지역에서 전기레인지 16만1천대와 가스건조기 2만1천대를 "화재 위험이 있다"며 리콜한 바 있다.
◆연이은 리콜사태 맞은 삼성·LG…국내 가전 신뢰도 저하 우려
미국 CPSC는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기관이 되고 있다. 올해 국내 대표격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잇따른 리콜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CPSC는 1972년 설립된 미국의 연방정부기관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안전 문제으로부터 자국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가 있다고 밝혀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규제하고, 제조사에 리콜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리콜 대상은 전자제품뿐 아니라 생활용품, 가구, 화학약품 등 1만5천여가지다.
이 기관은 지난 9월과 10월에 복수의 발화 사고를 일으킨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를 대상으로 리콜을 두 차례 실시했다. 미국 시장에 공급된 갤럭시노트7은 약 190만대로, 해당 기기의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11월에는 삼성전자의 상단 뚜껑형 전자동세탁기 280만대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렸다. 기기에서 과도한 진동이 발생해 뚜껑이 이탈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세탁기는 캐나다에서도 25만대가 리콜돼 당시 북미 시장의 총 리콜 규모는 305만5천대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전자 브랜드가 안전 문제로 인해 제품을 리콜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품질 신뢰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일차적인 문제는 제품 자체에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애플이나 월풀 등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움직임을 취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Midea)도 지난 11월 북미 시장에서 판매한 제습기 425만대를 리콜했다. 미국에서는 이 기기로 인해 총 3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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