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재점화한 개헌론으로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권력구조 개편, 국민 기본권 강화, 경제 개혁, 지방분권 확대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이다.
20대 국회 들어 개헌 요건인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추진을 선언, 한때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직후 터진 최순실 파문으로 동력을 잃었다.
그러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로써 개헌론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여야가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정당 가운데서는 새누리당이 가장 적극적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촛불 민심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개헌이다. 꼭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우택 원내대표도 "곧 설치될 국회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조속히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의원 등은 최근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를 열고 김덕룡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등을 초청해 개헌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탈당을 결의한 김무성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도 참석했다.
국민의당은 '개헌 즉각 추진,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즉각 추진이 어렵다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처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와 만나 즉시 개헌 추진에 합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계개편 고리로 급부상, '제3지대 연대' 현실화?
그러나 개헌론이 열매를 맺을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각 정당 뿐 아니라 여야 대선주자들 간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사실상 확정된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까지 예고돼 '개헌 소용돌이'가 대선 판까지 흔들고 있다.
현재 개헌 세력은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비주류,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다. 공교롭게도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개헌에 찬성하는 모양새다.
특히 오는 27일 탈당할 새누리당 비박계와 국민의당, 손 전 대표 등 제3지대에서 활동 중인 개헌론자들이 연대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대선 구도가 '문(文) 대 비문(非文)'으로 흘러갈 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개헌에 긍정적이지만 적극적이지는 않다. 대선 전 개헌을 완수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특히 새누리당 친박계의 개헌 주장에 대해선 '국면전환용', '집권연장용' 등 불순한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
문 전 대표도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대선 때 각 후보들이 개헌 과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개헌론은 세력 간 정계개편 주도권 잡기용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계개편 효과마저 못 거둔 채 논란만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비박계 탈당파와 국민의당, 제3지대가 개헌을 매개로 뭉칠 수 있을지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비박계 탈당파의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생각이 다르다. 김 전 대표는 연대에 긍정적인 반면, 유 전 대표는 달갑지 않은 기색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지지층이 비박계와의 연대에 긍정적일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촛불 민심도 개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데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이 점을 공략하고 있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이 개헌을 매개로 연대, 제3지대, 정계개편을 말하는 것은 다 정치적 계산이다. 이는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국민 주권 개헌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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