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2017년은 헌법이 바뀐 지 무려 30년이 되는 해다. 정치권에서는 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개헌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부상하더니 이제는 대선판까지 흔들 최대 변수로 자리 잡았다.
여야 4당은 지난달 28일 본격 출범을 앞둔 개헌특위 정수를 36명으로 합의하는 등 개헌준비에 착수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이날 "대통령 권력을 바꾸는 레짐 체인지(체제교체)를 넘어 헌법을 새롭게 바꾸는 보다 근본적인 레짐 체인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개헌추진에 앞장서는 非文과 새누리·신당
개헌론자들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세 규합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등 68명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권도 개헌 추진 의지를 드러내며 개혁 이미지 부각에 나섰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개헌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회 개헌특위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그 전후로 적절한 시점에 대선 전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개혁보수신당 역시 개헌에 긍정적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자타공인 여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그는 김종인 의원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 야권 개헌파와 물밑접촉에 나서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 등 충북 의원들과 만나 "내가 직접 개헌을 할 수는 없지만, 국민이 원한다면 개헌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개헌파 "87년 헌법, 현실 반영 못 해"
87년 체제 헌법은 과거 아홉 번의 헌법 개정 중에서 가장 잘 된 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담아 여야의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국제관계, 남북문제, 국민의 기본권, 경제 불평등, 지방분권 시대, 정보화 시대, 다문화 시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헌법 불일치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논란이 되는 국회의원 특권 문제, 지역주의 문제, 복지 확충 등의 문제 역시 개헌론자들이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다.
아울러 정치권은 승자독식구조 탓에 극단적인 대결 구도로 민생 현안은 항상 뒷전으로 밀렸다. 또한 현행 5년 단임제로는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져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이 어렵고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가 제한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역대정권 말기마다 계속되는 비선실세 논란과 대통령 친인척 문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이 권력과 국정운영을 독점하면서 견제받지 않는 국가권력은 철저히 사유화됐다는 것이다.
◆개헌 시기·방식 이견…실현가능성 의문
하지만 개헌파들은 개헌의 시기와 방식을 두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민주당 비주류와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 새누리당까지 모두 '즉시 개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주류계와 유력 잠룡들은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차기 정권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 주요 대선후보들은 내년 대선 후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대통령의 탄핵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개헌이 대선판을 흔들 수 있어서다.
또한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과 범위에 대한 의견이 다양해 중론을 모으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역시 쉽지 않다. 현행 5년단임 대통령제를 보완한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제, 스웨덴식 의원내각제에서도 시각이 크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헌을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단축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020년으로 대선과 총선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여야 한다. 유력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 측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개헌이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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