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지난달 28일 시행된 정부 대책으로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이 커졌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법)에 이어 대출 규제에 따른 정비사업 걸림돌이 지적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주택공급 방안을 실현할 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3기 신도시 개발과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등 기존 언급돼온 부분 외엔 묘수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 매바위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와 한강 이북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7148abf17a9ba.jpg)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줄이면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한 수도권 정비사업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줄었다. 또한 다주택자는 원칙적으로 대출이 금지되면서 시공사에서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만 받아 이주해야 한다.
은행업감독규정 별표인 '주택 관련 담보대출 등에 대한 리스크관리기준'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주택에 대한 이주비대출, 추가분담금에 대한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도 주택구입 목적인 주담대에 포함된다. 정비사업으로 주택이 멸실돼 임시로 거주할 집을 얻기 위한 대출도 주담대 규제로 적용되는 셈이다.
정비사업 조합원은 본인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다. 다만 해당 비용만으로 이주할 수 없다면 시공사에서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를 받는다. 이 경우 추가 이주비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대출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현장에서는 최근 수년간 공사비가 올라 조합원이 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늘어났는데, 이주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전인 현장은 간발의 차로 이주비 부담이 크게 늘게 됐다. 이달 5일 관리처분총회를 진행하는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는 이번 규제 대상이다. 용산구 한남2구역과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기다리고 있어 같은 처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주비 부담이 늘어나면 조합원 간 이해가 갈리면서 갈등 요인이 돼 사업지연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사업 기간이 차일피일 늘어지게 될 경우 사업비 증가로 정비사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인해 정비사업 시공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추가 이주비를 신청하는 조합원이 늘어나 시공사의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렇게 될 경우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정비사업 시공을 맡은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나온지 며칠 되지 않은 만큼 향후 추이를 보고 시공사가 규제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조합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공 나서 정비사업 지원"…계획은 좋지만 속도와 규모는 '한계'
정비사업 혼란이 커지면서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 실현 방안이 주목받는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세제가 아닌 주택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정부의 대책으로 오히려 정비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 매바위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와 한강 이북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098c739f23a9e3.jpg)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에 따른 주택 공급 감소는 전체적인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원 부담이 직접적 원인"이라며 "이주비 대출을 제한하지 않았더라도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여권에서는 도심 주택공급 방안으로 공공 재개발을 제안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간이 자발적으로 의지를 모아서 하는 건 그 과정에서 뜻을 모으기 쉽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좌초되기도 한다"며 "공공이 뛰어들어 정부가 중심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속도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초환에 대해서도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진 의장은 "민간에서 추진하는 개발 사업들의 이익을 소수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도록 하는 체계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이 정비사업을 지원하더라도 주택공급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점에서 효과적인 주택공급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한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공이 개입하면 갈등의 불씨만 더 커질 뿐 사업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도 일부 현장에서 공공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이 사업을 지원하는 현장 중 기부채납 시설 등을 이유로 갈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사업추진 속도가 늦어지는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서초구 신반포7차 등은 기부채납 시설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또한 신통기획 1호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는 서울시와 조합이 임대주택 비율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해 신통기획을 철회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개인 재산에 공공이 관여하면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성 개선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끝나거나 3기 신도시가 조성되면 서울 인근 공급 가뭄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준공 시점이 불투명해 단기간 주택 공급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지난해 선도지구를 선정하는 등 사업 초창기고 3기신도시 또한 사전청약을 받은 후 토지보상 등 문제로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는 등 완공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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