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기계팔이 정확히 얼음을 집어 넣어 커피를 내리는가 하면 자율주행 로봇이 사무실 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한다. 로봇이 커피를 타고 배송까지 하게 된 세상. 어쩌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이제는 도심 곳곳에서 일상이 됐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현실 뒤에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시행착오와 도전이 있었을지 모른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그런 도전을 해온 사람 중 한 명이다. 20여 년 전 작은 로봇 부품 개발에서 시작해 이제는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고 사람과 협력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라는 개념까지 현실로 만들고 있다.
아직 과제도 숱하게 남아있지만 그의 목표는 간명하다.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이사가 17일 서울 마곡에 위치한 로보티즈 본사에서 진행된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238aa3197fb3d.jpg)
제조 산업 미래, 궁극적으로 AI와 로봇이 결합된 '피지컬 AI'
김 대표는 로봇과 AI가 결합된 '피지컬 AI(Physical AI)'가 앞으로 산업용 로봇 시장의 밸류체인을 바꿀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개발 단계에 있지만, 기존 로봇 시장 구조와는 다른 흐름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통상 산업용 로봇 시장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감속기나 모터 같은 핵심 부품(Parts)을 생산하는 단계가 있고, 이 부품들을 조립해 로봇 팔 같은 완제품(Robot System)으로 만드는 단계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 로봇 시스템을 실제 생산 현장에 맞춰 자동화 라인으로 설계하고 설치하는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단계가 있다. 그동안은 자동화 라인을 설계하고 구축해 운영까지 맡는 이 시스템 통합(SI) 단계가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왔다.

하지만 로봇에 AI가 기본으로 탑재되면서 이 구조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공장 자동화 라인을 설계하고 구성하는 시스템 통합 단계가 중요했고, 그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부가가치를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로봇 자체에 AI가 탑재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별도로 환경을 맞춰주는 통합 작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같은 구상 아래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 'AI 워커'를 개발했다.
휴머노이드 강화 학습에 공감대가 있었던 로보티즈와 오픈AI는 수년 전부터 협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AI 워커'를 오픈AI에 공급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저희는 지금 글로벌 AI 기업과 활발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저희가 맡고, 파트너사는 AI 소프트웨어를 담당해 함께 피지컬 AI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죠. 아직 구체적인 납품 실적이나 매출 규모를 공개할 단계는 아닙니다만, 양측 모두 협력에 적극적이고 현장을 함께 방문하면서 협업을 더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액추에이터 활용은 영화부터 방산까지 무궁무진…혁신은 실력에서 출발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이사가 17일 서울 마곡에 위치한 로보티즈 본사에서 진행된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f8623a4660d6c.jpg)
로보티즈의 주력 제품은 액추에이터다. 지난 2003년 로봇 전용 액추에이터 '다이나믹 셀'을 출시한 이래 기술을 진일보 시켜왔다. 액추에이터란 로봇이 움직이도록 동력을 전달하는 핵심 구동 부품으로, 최근에는 기존 제품보다 속도와 힘, 신뢰성을 대폭 높인 차세대 액추에이터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단순히 모터와 감속기를 결합해 속도나 위치를 제어하는 방식이었지만,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는 분산 제어 기술과 자체 제어 지능을 적용해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더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됐다.
향상된 성능 덕분에 로보티즈 액추에이터는 군사, 의료, 검사 장비, 애니메트로닉스(영화 촬영용 특수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사일 제작 등 기존의 수요 산업 외에도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반응은 해외 시장이 더 뜨겁다.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 전체 매출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다.
"기존 액추에이터가 모터에 감속기를 붙여 속도나 위치 정도만 제어했다면, 로보티즈는 이를 일체형으로 만들고 통신을 통해 경로와 환경을 미리 설정해 적응하며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소형화와 모듈화, 네트워크 보강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맞춘 개발 환경도 함께 제공 중입니다."
김 대표는 기술적 혁신 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에 대한 방법론 역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실력과 열정을 우선해 리더를 만드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나이가 적어도 능력 있고 열정 있는 사람이 팀장이 됩니다. 보통 경력이 많은 사람이 팀장이 되는 게 한국의 일반적인 문화지만 저희는 그 틀을 깨려고 합니다. 내부 갈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 이런 구조가 저희의 경쟁력이 됩니다."
김 대표는 실력은 단순한 전문성을 넘어 열정과 책임감을 포함한다고 믿는다. “열정이 있으면 실력도 따라오고, 정확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실력과 전문성이 없다면 나부터 회사를 떠나겠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헙니다(웃음)"
로보티즈 궁극적인 목표는 하드웨어와 데이터 아우르는 기업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이사가 17일 서울 마곡에 위치한 로보티즈 본사에서 진행된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17f837a935609.jpg)
김 대표는 로보티즈가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구도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정부 보조금과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생산업체들이 24시간 공장을 돌릴 만큼 가격 경쟁력이 막강하다.
"중국은 로봇 한 대를 수출하면 30~40% 수준의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거의 원가로 내보냅니다. 결국 우리는 중국 기업만이 아니라 중국 정부와도 싸워야 하는 셈이죠.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중국보다 40% 싸게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국내 기업이 이 격차를 좁히려면 정부와 업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규제나 R&D 자금 지원 같은 간접적 지원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미 로보티즈도 100억원을 유치 받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정부가 거창한 수사가 아니라 이 산업의 중요성을 계속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로보티즈는 우즈베키스탄에 공장을 짓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자동차 부품 산업과의 연계성을 활용해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동시에 '데이터 팩토리' 개념도 접목한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현장에서 수집해 로봇 고도화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테슬라도 공장에서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잖아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런 데이터 수집과 생산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궁극적 꿈도 이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로봇이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는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
"액추에이터를 직접 만들고, 거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같이 제공하다 보니 고객분들의 비즈니스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하드웨어가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생산되는 구조를 만들어 하드웨어와 데이터를 함께 제공하는 회사로 점점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프로필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이사가 17일 서울 마곡에 위치한 로보티즈 본사에서 진행된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bd8a56258ed4b.jpg)
△1969년 8월19일 출생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Executive MBA
△제2회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협의회 미래차·모빌리티 분과장
△로보티즈 대표이사(현재)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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