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28일 사령탑을 전격 교체한 것은 석유화학과 배터리 등 주력 사업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인적 쇄신을 감행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개최하고 추형욱 SK E&S 사장을 신임대표에, 장용호 SK㈜ 사장을 총괄사장에 선임하는 안을 의결했다.

추 대표이사는 2021년 SK E&S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저탄소 LNG,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수소 사업 등 4대 핵심사업 기반 성장 전략을 추진해 왔다. 또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이후 E&S CIC 사장과 시너지추진단장을 겸임하며 양사의 역량 결집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왔다.
장 총괄사장은 SK그룹 내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 사업의 성장 전략을 주도한 전략가로 투자 및 기업인수합병(M&A) 영역에서도 전문성을 입증해 왔다.
그는 2015년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 부문장으로 재직하면서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 SK머티리얼즈와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 인수를 주도하고, 이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해 기업가치를 높였다. 장 총괄사장은 SK㈜ 대표이사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겸임한다.
이번 사령탑 교체로 전임 박상규 사장은 2024년 3월 취임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 사장이 물러난 것에 대해 회사에서는 "건강상 이유 등"이라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보고 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배터리 모두 업황이 악화하면서 박 사장 취임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수익성도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박 사장 취임 첫 해인 지난해 매출은 74조 7170억원, 영업이익은 3155억원으로, 전임 김준 전 부회장 체제였던 전년 대비 각각 3.3%, 83.4%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알짜 기업을 편입한 후 맞은 첫 성적표인 올 1분기 실적도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의 주력인 석유 사업 부문(SK에너지)은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등 외부 변수에 대응하지 못하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배터리 사업(SK온) 역시 계획했던 생산능력 확보에 실패한 데다 적자까지 지속되면서, 회사의 두 핵심 사업 축이 동시에 흔들렸다.
김 전 부회장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그린포트폴리오 전략도 탄력을 받지 못 했다. 실제 SK지오센트릭이 1조 8000억원을 들여 추진하기로 했던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좌초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탓에 회사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임원 아침 7시 출근, 사장단 연봉 30% 반납 등 허리띠를 졸라매왔다.
SK이노베이션은 장용호-추형욱 투 트랙 체제로 향후 경영 전략에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박 사장이 수행해온 업무를 이어받아 조속한 조직 안정화와 흔들림 없는 사업전략 실행을 위해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 현직 이사를 대표이사와 총괄사장으로 새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또 "추 대표이사가 장 총괄사장과 힘을 모아 지난해 11월 합병한 SK이노베이션과 E&S 사업 시너지를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의 턴어라운드와 에너지 및 화학 사업 실적개선을 위해 리밸런싱과 O/I(Operation Improvement)를 지속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장 사장과 추 사장의 명확한 역할 분담은 아직 나눠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장 총괄사장과 추 대표이사의 역할은 내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지만 두 사장 모두 경영 현안에 대해 이해가 있는 만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이사는 지난해 합병이후 SK이노베이션-E&S 통합 시너지 추진단장을 맡아왔는데 단장 직무를 그대로 역임할 것을로 보인다. 장 사장 역시 이미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해왔던 만큼 경영 현안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이뤄질 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에서 사임하지만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원위원회 위원장과 써니(mySUNI) 총장으로서 SK그룹 인재를 키우는 일에 힘을 쏟는 동시에 SK이노베이션 일본담당으로서 일본 내 사업기회 확보 등에 매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