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아직은 국내 MMORPG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국내 한 게임사 관계자는 앞으로의 한국 MMORPG 시장을 이같이 전망했다. 올 하반기 넷마블 '뱀피르'를 시작으로 컴투스 '더 스타라이트', 드림에이지 '아키텍트', 엔씨소프트 '아이온2' 등 국내 게임사의 MMORPG 신작이 줄줄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을 뜻하는 MMORPG는 이용자들의 평균 이용 시간이 많고, 확률형 아이템이나 패스(Path) 시스템 등 다양한 과금 모델을 적용할 수 있어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아직 '캐시카우'로 평가된다. 최근 출시한 뱀피르는 9일 만에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해 주목받았으며, 올 상반기 최대 히트작인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의 경우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누적 매출 3000만달러(한화 약 417억원)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업계에서 'K-MMORPG'에 대한 위기론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PC게임의 경우 아직 MMORPG를 포함한 RPG(42.2%) 장르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모바일과 콘솔의 경우 이미 '퍼즐·퀴즈(38.0%)', 시뮬레이션(44.0%)에 각각 1위를 내줬다. 지난해 모바일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 조사에서는 국내 모바일 RPG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하락해, PC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던 모바일 MMORPG의 위기론도 나온다.
K-MMORPG의 위기 요인으로는 우선 '게임인구의 고령화'가 꼽힌다.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40대의 60.7%, 50대의 44.6%, 60대 31.1%가 게임을 한다고 답해 이용자 고령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으며, 콘텐츠진흥원의 '2024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산업 20대 종사자의 감소세(2020년 3만 5787명→2022년 2만 4000여명)도 확인돼 제작인력의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다. 많은 이용 시간과 개발·유지인력이 필요한 MMORPG 장르 특성상 고령화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중국 게임의 성장세도 K-MMORPG에 위협이 되고 있다. 호요버스의 '원신', '젠레스 존 제로', 쿠로게임즈 '명조: 웨더링 웨이브' 등 중국 MMORPG들은 출시 2년이 넘도록 해외뿐 아니라 국내 모바일 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며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게임사와 달리 중국 게임사들은 개발·아트 등에서 수천명의 인력을 운영할 수 있어 MMORPG의 핵심인 콘텐츠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
결국 국내 게임업계를 위해서는 주력 상품인 MMORPG에서 벗어난 장르 다각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네오위즈 'P의 거짓' 성공 이후 국내 게임사들이 AAA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할 만하다. 다만 1~2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게임 개발 특성상, 국내 게임업계의 장르 다각화 성과는 빨라야 2026년 후반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게임업계가 익숙함에서 벗어나 도전정신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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