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은행 지점장·본부장 출신 등 50~60대 정통 금융맨들이 P2P금융플랫폼을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P2P금융 태동 초기 30대 창업가가 주를 이룬 것과 비교하면 일종의 '세대교체'가 일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고위직 출신인 이들은 기존 20~30년간의 업력을 통해 쌓은 전문성과 위기관리능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층도 20~30대의 젊은 투자자보다는 금융권 출신이라는 점을 신뢰하는 40~50대 고액 자산가들이 많다.
부실채권(NPL) 전문 P2P금융플랫폼 '프로핏'의 이승룡 대표는 씨티은행 영업본부장을 거쳐 경남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그는 은행원의 리스크 관리 기법을 도입해 손실 위험을 낮추겠다는 포부로 지난 연말 P2P금융플랫폼을 설립했다. 프로핏의 목표는 '원금 손실 0%'로, 은행원 특유의 보수적인 시각에서 투자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임성우 프로핏 마케팅 이사는 "프로핏에는 4명의 은행원 출신이 있는데, 모두 오랜 기간 NPL 경매·부동산PF·기업직접대출 등을 직접 취급했기 때문에 감정평가사나 자산운용사보다도 전문성이 높다"며 "NPL의 경우 경매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까지 고려하는데, 사업 초기에는 지나치게 철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P2P금융산업이 성숙하면서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P2P 관련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오랫동안 리스크 관리 업무를 해온 은행원 출신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 가지 해결방법을 마련하는 데 익숙하다"며 "현재 투자자는 40~50대가 주를 이루지만,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통해 20~30대로 투자층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 3명이 은퇴 후 세운 '래더펀딩'도 부동산 전문 P2P금융플랫폼이다. 이중 박익혁 대표는 신한은행 서초남금융센터장을 지냈다. 올 초 설립된 래더펀딩의 특장점은 상품 발굴 능력이다. 비록 P2P금융업계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오랜 기간 부동산 투자 상품 개발을 담당해온 만큼 선두업체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부동산 P2P금융시장의 승부는 '양질의 대출 수요'가 가를 것"이라며 "30~40년간 은행에서 근무하며 발굴해 놓은 부동산 금융 상품도 많은 데다,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많다"고 강조했다. 좋은 물건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후발주자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삼일회계법인 전무 출신으로 25년간 금융권에 몸담은 서준섭 비욘드플랫폼 대표도 대체투자 전문 P2P금융 플랫폼 '비욘드펀드'를 운영 중이다. 서 대표는 금융권 출신 최고경영관리자(CEO)의 장점으로 네트워크를 꼽았다.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도권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수준의 대체투자 자산을 소싱하기 때문에 수익률은 높이되 손실 위험은 낮출수 있다는 얘기다.
서 대표는 "비욘드펀드는 금융사 네트워크를 통해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이 하고 있던 상품이나, 내부 규제로 다루지 못했던 상품들을 중개하고 있다"며 "최근 출시한 '신탁수익권 ABL(자산유동화대출)'도 보통 사모펀드에서 모집하는 상품이지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모펀드가 들어가기에는 대출규모가 적은 상품을 선별해 내놓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금융권 고위직 출신 CEO가 늘어나면서 P2P금융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P2P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P2P금융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기존 금융권에서 경력과 연륜을 쌓은 분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P2P금융업계에 대한 신뢰도 함께 커질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PF 관련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부동산 관련 P2P금융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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