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성지은기자]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으로 선정한 기술. 바로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블록체인은 중앙집중형 서버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데이터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네트워크 사용자에게 내용을 분산·기록함으로써 정보의 위·변조를 막고 관리 비용을 줄인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의 기반 기술로 유명하지만, 최근 금융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산업 전반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가령 물류의 운송 과정을 추적하는 시스템, 개인 간(P2P) 거래가 가능한 전력거래 플랫폼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데이터의 기록·관리와 거래에 효율성을 더하는 것.
전문가들은 IT 패러다임을 바꾼 인터넷처럼 블록체인이 '제 2의 인터넷'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관련 기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블록체인 활성화 위해 성공 사례 확산·새로운 법 제정 필요
이 같은 블록체인 기술 확산을 위해서는 성공 사례(best practice)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산업 영역에 적용해 업무 효율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한 성공 사례가 만들어져야 산업계에서 기술 도입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발족한 블록체인 활성화 민간협의체 '블록체인 오픈포럼' 역시 다양한 산업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4개 시범과제를 선정,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꼽히는 또다른 과제가 법제도 개선이다. 현재 다양한 기업과 조직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법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기술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이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과 상충돼 논란이 일었다. 기존 신용정보법은 개인의 연체정보를 5년이 지나면 삭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은 정보가 일단 기록되면 삭제할 수 없어 현행법과 충돌한 것.
이 외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행법은 중앙집중 관리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 역시 탈중앙화에 본질을 둔 블록체인 기술과는 상충한다.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새로운 블록체인 세상에 맞게 법 제도의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며 "인터넷 세상에 맞게 전자서명에 법적 효력을 준 '전자서명법'을 만들었듯 블록체인 경제에 필요한 기본법, 가령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나 거래에 효력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암호화폐법', P2P 전자계약 문서 등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스마트계약법'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인력 양성, 기술 개선 등의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업계에서는 국내 블록체인 기술력이 미국 등 블록체인 선도 국가에 비해 2년여 정도 뒤처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기술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며 "KISA는 안전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실증 테스트 환경을 조성하고, 인력 양성과 일자리 연계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만능주의 경계하고 보안 강화해야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기술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늘고 있지만, '블록체인 만능주의'로 까지 확대되는 지나친 환상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블록체인이 기존 IT 인프라를 혁신할 가능성이 높은 기술인 것은 맞지만,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를 개선하지는 않는다는 것. 블록체인 기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바람직한 적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기존에 원활히 추진되는 업무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대체했을 때 이점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계산서의 발행 및 추적, 부가가치세 정산에 이르는 과정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데, 이러한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한 해 발생하는 수십조원의 부가가치세 탈루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해킹에 안전하다'는 인식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에 저장된 정보의 위·변조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나, 참여자를 제한해 단일 조직에서 사용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 해킹 등 보안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
한 교수는 "최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되고 있으나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사실상 중앙집중형에 가깝다"며 "하나의 사용자 노드만 해킹이 이뤄지면 나머지 참여자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라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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