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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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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朴 정부가 만든 반쪽짜리 법…정부 사과 명시돼야"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오는 9일 시행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 사과를 검토한 지 두 달이 흐른 시점에서 나온 전망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날 서울 용산구 이마트 앞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피해자와 만나기로 한 약속이 곧 이행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특별법에 담지 못했던 내용들을 (지키겠다고) 약속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피해자들은 지난 2달 간 3~4차례 이상 만나 정부 사과 방식을 논의했다. 구상권을 전제로 한 구제방식과 폐 질환에만 한정된 피해인정범위 개선 등 정부 사과를 넘어 진정한 피해보상책과 재발방지책이 마련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과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약속까지 마련하려다보니 (피해자들과의 면담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관계부처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각 부처에 의견을 돌리고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피해자들과의 만남에서 특별법 이상의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개정된 특별법은 3·4단계 판정자와 태아 등 기존 정부 조사에서 사각지대에 놓였던 피해자들의 구제가 가능하도록 했으나, 여전히 간·신장·심장 등 폐 이외 질환에 대해서는 피해를 인정하지 않아 미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들의 분담금으로 구성되는 1천250억원 가량의 특별구제계정이 고갈됐을 경우도 대비하지 않은 데다, 유독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에 대해 제조·판매 허가를 내린 정부의 사과와 반성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환경부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책임 명시 ▲피해 인정범위 확대 ▲피해구제분담금 추가 조성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를 준비 중이다. 청와대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 재발 방지 대책을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렸다.

만약 정부가 단순 사과 및 기금 출연에 그칠 경우, 피해자들 쪽에서 '개정안에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가 책임지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나야 정부 부처 간 이견과 반발을 잠재우고 가해기업도 적극적으로 피해구제에 나설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오는 9일 시행되는 특별법은 지난 2월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반쪽짜리"라며 "당초 특별법 원안은 모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구제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를 법으로 처벌하자는 내용이었으나, 현재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모든 내용을 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시행되는 특별법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특히 이번 특별법은 국가 책임은 전혀 없는 법이 돼 버린 만큼, 정부가 법을 개정해서라도 사과 의지를 담고 법 개정 이전에라도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인 구제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길 요청 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부 CMIT·MIT 재조사 탄력…애경·이마트 겨눌까

문 대통령과 피해자들 간 만남으로 CMIT·MIT에 대한 정부 역학 조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와 CMIT·MIT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CMIT·MIT는 동물실험에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이마트·GS리테일 등은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덕분에 이들 기업은 정부 조사를 근거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피해자 사과는 물론 보상안도 발표하지 않았다. PHMG를 사용한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형식적으로나마 사과와 보상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애경의 '가습기메이트'와 이마트의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는 구매 비중 2,3위에 오를 정도로 많이 팔렸다.

당시 피해자들은 "동물 노출 실험 등에서 CMIT·MIT가 비염 발병 원인이 된다는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음에도 정부가 이들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환경부는 CMIT·MIT에 대한 역학조사를 재진행해 연말까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면 이들 기업도 책임에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린 상황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관한 사과 및 보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환경부의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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