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막 내린 줄 알았던 이커머스업계 배송 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밤 10시까지 주문 시 다음날 도착하는 '익일 배송'을 넘어서 오전 10시에 주문해도 그날 안에 물품을 받을 수 있는 '당일 배송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앞서 쿠팡이 이커머스업계 배송경쟁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위메프와 티몬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당일 배송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나우'를 내세워 국내 상륙해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말 위메프와 티몬의 당일 배송 서비스는 아마존 프라임 나우를 앞섰을까? 지난 17, 18일 양일간 위메프와 티몬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료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나우보다 무료배송에 할인쿠폰까지 적용 가능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더 높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위메프의 배송정책은 눈여겨 볼 만하다. 위메프는 오전 10시 직전에 주문한 상품도 오후 5시께 도착했다. 티몬 역시 '슈퍼예약배송'으로 희망 배송 시간대를 지정할 수 있으나 오전 8시부터는 당일 배송 예약이 마감된 경우가 많았다. 전날 저녁이나 오전 7시께에 주문하지 않으면 사실상 당일 배송이 어려워 보인다.
최근 위메프는 원더배송 카테고리 내 1만2천개 제품에 대해 당일 도착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오전 10시 이전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서울지역에 한해 당일 오후에 수령할 수 있다. 단, 아침에는 거의 주문과 동시에 제품이 출고되기 때문에 결제 취소가 어려우므로 반드시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일요일인 지난 17일 오전 9시 50분 위메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원더배송 상품 중 견과류와 샴푸세트를 주문했다. 정확히 20분 뒤에 해당 상품이 출발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외출 중이었던 오후 5시 반께 택배기사님께 "집에 아무도 없는데 상품을 어디에 맡기는 게 좋겠냐"는 전화가 왔다. 주문 후 8시간도 지나지 않아 상품이 도착한 것이다.
다음날 오전 8시 10분,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저녁 식재료를 또다시 주문했다. 돼지 앞다리 살과 고추·브로콜리 등의 소포장 채소, 볶음 아몬드, 바디로션을 사고 결제를 마치자 정확히 20분 뒤 제품이 출발했다는 문자가 왔다. 오후 5시께 신선식품과 아이스팩을 넣은 스티로폼박스와 아몬드·바디로션을 각각 담은 택배박스 2개가 집 앞에 도착했다.
아침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간단한 터치로 장을 보면 퇴근 후 지친 다리를 이끌고 마트에 들를 필요가 없었다. 워킹맘이나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묶음 배송이 되지 않아 주문 한 번에 여러 개의 택배상자가 배송되는 점은 아쉬웠다.
또 주문 금액이 9천700원 이상이면 원더배송 전체상품의 99%가 무료배송되는 데다, 금액 제한이 없는 무료배송 상품도 85%에 달해 배송비 부담이 적다는 점도 좋았다. 단, 티몬은 신선식품 구매 시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까지 포함해 2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 묶음 배송이 가능하지만, 위메프는 신선식품만 2만원 이상 구매해야 무료 배송된다.
◆티몬, 마트 부럽지 않은 쇼핑 편의성…당일배송은 글세?
티몬은 '슈퍼마트'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제품을 당일 배송 하는 '슈퍼예약배송' 지역을 부천·광명·하남 등 수도권으로까지 확대했다.
티몬의 강점은 쇼핑 편의성이다. 마트 진열장을 옮겨온 듯 상품이 품목별로 잘 정리돼 있어 원하는 제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티몬에서 견과류를 구매하려면 '슈퍼마트-스낵·견과-견과·건과일류'를 차례로 클릭해 원하는 제품군을 찾을 수 있다. 또 슈퍼마트 카테고리 내에서 상품 검색도 가능하다.
반면 위메프 신선생은 ▲절대우위 ▲건강한 간식 ▲내일 저녁메뉴 ▲밥 그리고 반찬 등의 카테고리로 구성돼 어디로 들어가야 견과류를 구매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다. '건강한 간식' 카테고리에 들어가도 제품을 찾으려면 스크롤을 끊임없이 내려야 했다. 티몬과 달리 위메프 앱 상단 검색창에 '견과류'라고 치면 원더배송 이외의 제품들까지 나와 한참을 헤매야 했다.
다만 당일 배송 서비스는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지난 17, 18일 모두 오전 8시 경에 티몬에서 제품을 주문했지만 당일 배송을 받지 못했다. 예약이 이미 마감됐기 때문이다. 주문 전 예약 가능 시간을 알리는 창에는 당일 오후 8시께 배송이 가능하다고 나왔음에도 실제 결제창에선 배송 예약이 이미 마감돼 있었다.
결국 다음날 가장 이른 시간대(오전 8시~11시)로 예약 배송을 신청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시간대별로 배송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돼 있어 주문이 특정 시간대 몰리면 오전 10시 이전에 마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오전 8시 반쯤 견과류와 현미찹쌀·서리태 등을 담은 택배상자와 종이봉투가 도착했다. 종이봉투 안에는 김치를 담은 은박보냉팩이 비닐봉지에 쌓여 있었다. 티몬은 냉장·냉동 차량으로 신선식품을 배송하기 때문에 스티로폼 박스를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재중에 택배가 도착해 제품이 상온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포장이 강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위메프와 티몬의 당일 배송 서비스는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도 이용 가능하다. 위메프는 추석 전날인 2일과 당일인 3일을 제외하곤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티몬의 슈퍼예약배송은 3일까지만 정상 운영되며 7일 오후부터 다시 배송 개시할 예정이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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