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내년까지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량을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선행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9조9천100억원, 영업이익 9조9천600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가져갔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매출 8조1천1억원, 영업이익 3조7천37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대폭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사령탑 교체…그룹 내 입지 강화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반도체 1위로 격상시킨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반도체총괄이던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채웠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장이자 종합기술원장을 겸임하게 됐다.
권 회장은 1975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삼성전자 반도체부분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30년간 반도체 외길을 걸어왔다. 그간 권 회장은 삼성전자를 반도체 글로벌 초일류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그 공을 기려 삼성전자는 승진과 함께 권 회장을 종합기술원에서 원로경영인으로서 미래를 위한 기술자문과 후진양성에 매진토록 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 김기남 사장은 온화한 권 회장과는 달리 공격적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과감한 기술 개발과 공격적 생산 전략을 통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면서 능력만큼은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을 정도다.
1958년생인 김 사장은 강를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사, UCLA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기술팀에 입사한 김 사장은 이후 반도체 D램 PA팀장, 반도체연구소 TD팀 담당 임원,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장,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김 사장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역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두 사업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파운드리팀을 독립시킨 바 있다.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까지도 섭렵한 김 사장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명실공히 메모리 시장 1위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 점유율은 45.1%, 낸드 분야는 38.3%로 왕좌를 놓지 않고 있다.
반면, 지난해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0%로 압도적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8%에 그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2위로 도약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2020년 점유율 1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높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대규모 승진 인사가 예고된다. SK그룹내 SK하이닉스의 위상도 높아졌다. 이미 주요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SK하이닉스의 고공행진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업계에서는 외부적으로 최태원 SK 회장의 리더십과 내부적으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의 기술 리더십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룹 내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하는 한편, SK그룹의 투자액 50% 수준을 SK하이닉스에 집중시켰다. 게다가 낸드 원천기술을 보유한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뛰어들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박 부회장은 1984년 현대전자 연구소 엔지니어로 입사한 후 32년간 SK하이닉스에서 외길을 걸은 인물이다. 기술 고도화와 생산확대를 통해 SK하이닉스를 메모리 2위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출 기준 26.8%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3위인 마이크론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다만, 낸드 시장에서는 4~5위로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해 한미일연합에 참가, 승기를 잡았다. 도시바는 지난 10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도시바 메모리를 판게아(한미일연합 인수목적회사)에 매각하는 안건을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의 협력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출범시켰다. 다만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은 전체 매출 비중에서 1%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IC에 충북 청주 사업자 소재 M8 공장과 제반 시설을 양도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초대 대표로는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맡았다. 영업과 경영에 능통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면 김 사장을 보좌할 인물들이 이동하는 소규모 개편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 4차산업혁명 폭발적 수요, 기술고도화와 캐파증설 필수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고성능, 고용량화 추세에 힘입어 폭발적인 수요 대비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지속됐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주로 출시되는 계절적 성수기와 데이터센서 서버 증설로 인한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졌다.
전세원 삼성전자 전무는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메모리의 경우 고용량화 추세 영향으로 PC와 그래픽, 서버, 모바일 등 전 응용처에서 수요가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업계 공급 제약이 계속됐다. 견조한 수요에서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며, "낸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및 콘텐츠 증가로 수요 강세를 보였다. 클라우드 서버 인프라 확대 등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요 견조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4분기에도 서버와 모바일 D램의 수요 증가로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3D 낸드의 수요도 지속적인 강세를 유지한다.
D램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신규 출시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온 디바이스 AI,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으로 인한 수요가 견조하다. 모바일과 서버뿐만 아니라 계절적 성수기를 맞이하는 PC까지 가세한다. 데이터센터를 위한 수요도 급증한다.
낸드도 모바일과 SSD의 수요 강세가 예상된다. 모바일의 경우 256GB에 이어 512GB 고용량 모델이 출시되면서 대폭 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SSD는 PC뿐만 아니라 서버향 제품까지도 수요가 높다. 특히 PC용 SSD의 경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강세가 지속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업총괄 겸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4분기 전망과 관련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되고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위해 인터넷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지속적 투자가 이어지면서 데이터센터용 서버 D램 수요가 강하다"라며 "모바일 D램 수요는 신제품 출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빌드 수요가 겹치면서 견조한 수익이 예상된다. 스마트폰의 혁신을 위해 AI 기능과 새로운 센서 기술이 적용되면서 수행에 필요한 D램 채용량도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스템LSI사업부를 통해 3분기 중저가 모바일AP와 이미지센서, OLED DDI 수요 증가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햇다. 4분기에는 프리미엄향 OLED DDI 공급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듀얼카메라 채택확대와 이미지센서 수요 확대, DDI 등을 통해 실적 향상이 예상된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우 10나노 공정의 장기화와 8나노 공정 도입, 28나노 FD-SOI 고객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 반도체 설비투자 상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공급량 대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공정전환에 대한 어러움을 캐파증설로 해결하는 한편, 시장 상황에 맞게 D램과 낸드 라인을 적재적소에 유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약 46조2천억원을 시설투자한다. 지난해 25조5천억원 대비 대략 2배 정도 증가했다. 이 중 반도체가 29조5천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4분기 투자도 상당 부분이 반도체 사업에 투자된다. 주로 신규 부지 조성과 클린룸 공사 등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메모리의 경우 3D V낸드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해 평택 1라인 증설과 D램 공정전환을 위한 투자가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 11라인 D램 일부 캐파를 CIS로 전환했다. 또한 10나노급 D램 공정전환이 겹치면서 비트 손실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화성 16라인의 2D V낸드 일부 캐파를 D램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당초 3D 낸드 생산라인으로만 활용하고자 했던 평택 캠퍼스 2층에 D램 증설을 포함시켰다.
파운드리 사업부 측면에서는 내년 S3 라인이 가동된다. 일단 10나노 공정 고도화, 수율 안정화와 함께 당초 예상보다 3개월 앞당겨 8나노 공정을 조기 달성했다. 28나노 FD-SOI 샘플도 고객에 전달한 상태다. 이후 극자외선노광장비(EUV) 도입을 통한 7나노 공정 양산화에 주력한다.
이상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내년에는 S3 라인 가동과 동시에 메모리 11라인 전환 통해 이미지센서 공급량이 증가된다. EUV 양산 투자로 7나노 이하 공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SK하이닉스는 올해 7조원 수준의 설비투자(CAPEX)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이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9조6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4분기에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M14 2층 페이즈1을 50% 가량 완성시켰다. 이 곳에서는 3D 낸드가 생산된다. 현재 48단 3D 낸드가 양산 중이기도 하다. 나머지 50%에 대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12월 공사 완료 예정이며, 이후 장비 입고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영 SK하이닉스 재무기획본부장(전무)는 "(이천 M14 2층 남은 절반 공간의) 사용방안은 2층이 주로 낸드로 사용되지만 일부 공간에 대해서는 D램의 테크 마이그레이션에 필요한 장비 입고를 위해서 당분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4분기 중반까지 2층의 장비 셋업이 완료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와 중국 우시에도 신공장을 설립 중이다. 오는 2019년 이천 M14 포화로 인한 대책이다. 당초 2019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시일을 당겨 내년 4분기 완공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전무는 "청주팹은 이천에 있는 M14와 같이 복층식으로 설계한다. 팹의 규모도 이천과 유사하다. 우시팹은 현재 공장 옆에 추가로 짓는 것이기 때문에 2배 정도 캐파가 증가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D램의 경우 1x 나노 공정은 올해, 1y 공정 연구개발은 내년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극자외선노광장비(EUV)는 1y 공정까지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10나노급 D램은 4분기부터 양산하고 HBM2 제품의 경우에도 4분기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다.
낸드의 경우 4분기부터 72단 양산을 시작한다. 엔터프라이즈용 SSD의 경우 72단 계획에 맞춰 연내 개발 완료하고 내년부터 샘플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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