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채나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여야 간 극한 대치로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 국회는 2014년 선진화법 시행 이래 처음으로 법정 시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429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두고 여야는 협상 초반부터 첨예하게 대립했다. 핵심 쟁점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편성이었다.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 자동부의 시점(1일)을 하루 미루면서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은 없었다. 여야는 오는 4일 본회의를 다시 열기로 하는 선에서 논의를 일단 마무리 짓고 헤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3당 원내대표에게 3일 중이라도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본회의 공휴일 개의의 건'을 의결해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회동 계획이 잡혀있지 않은데다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모이더라도 하루 만에 이견이 좁혀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날 협상 결렬 후 여야가 네 탓 공방을 벌인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소야대 현실을 절실하게 실감한다"며 "야당에게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돌린 것이다.
반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의 공무원 증원은 주먹구구식 추계에 의해 강행돼 도저히 합의가 어려웠다"고 했고,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밀어 붙이려고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여야는 냉각기를 갖고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한 뒤 4일 본회의 처리를 다시 시도할 계획이지만 이대로라면 또 한 번 본회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1만2천여명의 공무원 증원 계획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1천명 이상 감축은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일자리 안정 자금을 놓고도 야당은 1년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기한을 못 박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예산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여야가 연내 예산안 처리를 하지 못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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