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삼성중공업이 이례적으로 올해 삼성 계열사 중 첫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통행보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적자공시를 밝혔던 모습과는 달리 이날 간담회에서는 올해 수주 목표치 달성과 업황 회복을 자신했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의 반발 여론을 잠재우고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 의지를 천명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의 유상증자 참여를 적극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수주 실적 개선에 따른 매출 증가 ▲고부가가치 특수선 수주 증가 ▲해양플랜트 경쟁력 확보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자구노력 등을 강조하며 2019년 매출 7조원 회복 및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예고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6일 2018년 연간 매출액 7조9천억원, 4천800억원의 영업손실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5월까지 1조5천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한달 가까이 폭락하면서 주주들의 피해는 확산됐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에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가 유상증자 참여 계획을 밝혔다. 삼성중공업 대주주인 삼성전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시장 내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결국 삼성중공업은 향후 성과를 자신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남 사장은 "5억 달러 밖에 수주를 못 했던 지난 2016년도에도 유상증자에 성공했다"며 "지난해에는 70억 달러 가까이 수주했고 내년부터 조선업이 호황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해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 자리에서 "향후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때 유상증자는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고 기존 투자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믿는다"며 "유상증자 실패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유증 참여 부탁하고 싶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은 삼성중공업 지분의 약 23%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열사의 유상증자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지분율 17%가량을 보유한 대주주 삼성전자의 유상증자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삼성전자(16.9%)는 2천29억원, 삼성생명보험(3.24%) 388억원, 삼성전기(2.29%) 275억원 등을 각각 출자해야 한다. 하지만 각 계열사의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기존 주주의 반발과 명분 없는 부실 계열사 지원이라는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실적 개선에 따른 매출 턴어라운드 신호를 보내 계열사의 유상증자 참여를 최대한 유도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남 사장이 나서서 조선업의 업황이 개선된다며 유증 성공을 자신한 것은 어떻게 보면 계열사와 계열사 주주를 향한 외침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 자체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에 따라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마음으로야 참여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조선업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만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원이 솔선수범한 만큼 직원도 임금반납 동참할 것"
남 사장은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드러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15~30%의 임금을 반납받고 있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동의를 받은 후 오는 3월부터 사원급 직원들의 임금반납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 사장은 "대표이사는 전액 반납하고 간부들도 임금을 반납해 왔는데 그동안 대리 이하 사원까지는 임금 반납을 하지 않았다"며 "사원들도 회사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십분 이해하고 있는 만큼 전 사원이 10% 정도의 임금을 반납하는 데 참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8년도 인사에서 조직을 축소하고 임원 수를 감축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조직개편에서 전체 89개의 조직을 67개로 축소하고 임원도 기존 72명에서 50명으로 22명 줄었다.
남 사장은 "지난 연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임원 수와 조직을 기존보다 30% 축소함으로써 의사 결정 과정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했다"면서 "외부 여건이 개선된다고 해서 안주하지 않고 올해도 휴직, 임금 반납 등 시황에 기반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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