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자동차 기업의 판매 부진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압박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업계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전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완성차 기업의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0.9% 감소한 421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철강산업의 전방산업 중 비중이 높은 자동차 산업의 타격은 철강제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냉연강판 수요는 전년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철강기업은 총 14개사다. 이 중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75% 가량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 영업이익의 60% 가량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은 지난해 철강산업의 상승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타격을 입은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4% 감소한 1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더욱이 한국지엠(GM) 군산공장이 지난 8일 모든 공정을 중단하면서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어 철강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물량 조절 등의 이유로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설명했지만, 경영진이 추가 가동 중단과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메리 바라 지엠 CEO는 지난 6일 연간 실적발표 자리에서 한국지엠에 대한 질문에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업을 위해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한국지엠 철수설이 자칫 현실화할 경우 차 생산은 물론 국내 자동차용 강판 수요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통상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발표가 다가오면서 철강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1일 철강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우리나라를 비롯해 수입산 철강 제품에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조치다.
관세장벽도 국내 철강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유정용 강관, 송유관, 도금·컬러 강판,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등 주요 철강 제품 대부분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하지만 추가관세 부과와 수입물량 제한, 세이프가드 등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조사에 돌입하면서 미국의 통상제재의 불길이 유럽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한국 등 철강수출국의 튜브 및 파이프피팅에 대한 반덤핑조사에 착수했다. 튜브·파이프피팅은 파이프나 튜브 등을 서로 연결하는 배관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중소 철강업체는 이같은 환경에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결국 국내 철강업계는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제품을 고도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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