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한상연 기자] 재계의 경영승계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창업주 1세대에 이어 2세부터 4세까지 세대교체가 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으로 각각 변경한데 이어 LG그룹이 4세로 경영승계를 본격화했다.
LG그룹이 4세 경영으로 승계작업을 공식화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주요 그룹들의 세대교체도 윤곽이 드러나게 됐다.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이나 한화그룹 등 나머지 그룹들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빨라진 경영권 승계작업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은 이달 초 공정위가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하면서 법적인 3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10일 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와병 상태인 이건희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LG그룹은 4세 경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몇 차례 수술 후유증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면서 4세인 구광모 상무를 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구 상무는 내달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구 상무는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증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손자이다. 친부는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이지만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가(家)의 전통에 따라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로 입적해 경영 승계 수업을 받아 왔다.
롯데그룹 역시 공정위가 신격호 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총수를 변경하면서 법률적인 2세 경영이 시작됐다. 신격호 회장은 지난해 8월 롯데 계열사 중 마지막까지 등기임원 직위를 유지하던 롯데알미늄 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전면에서 배제됐다. 이달 11일에는 롯데지주 이사회를 통해 총괄회장이라는 직함마저 떼이면서 1세 경영의 막을 내렸다.
◆ 속도내는 후계작업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차남 정몽구 회장이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은 3세 경영이 본격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배구조개편과 맞물려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으로 3세 경영의 막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안이 이달 말 임시주총에서 최종 승인되면, 정몽구 회장과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 30.17%를 확보할 전망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합병법인 지분과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교환으로 약 9.6%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6.3%를 모두 사들이면 지배력은 약 16%까지 높아지게 된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3세 경영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효성의 단일 최대주주는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 지분 14.58%롤 보유하고 있다. 삼남인 조현상 사장은 12.21%이다. 아버지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10.18%)의 향배가 그룹 승계구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구도에서는 장남인 조현준 회장으로 승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를 앞둔 한화그룹이나 갑질 논란을 빚은 한진그룹 등 다른 여타 그룹들도 3세 경영 승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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