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이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금융개혁 '로드맵'을 내놓으며 항해의 밑그림을 그렸다.
최종구 위원장과 윤석헌 원장은 소비자 중심주의와 재벌 금융개혁 등 포괄적인 금융개혁을 두고 화음을 맞췄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노동이사제 도입 등 몇 가지 현안에 대해서는 시선 차이가 두드러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과거 발생한 소비자 피해나 암보험, 즉시연금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민원·분쟁 현안을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정·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적·사후적 소비자 보호 장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에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감으로써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금감원의 감독검사 역량의 많은 부분을 불완전판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금융소비자 중심주의를 내건 만큼 두 수장이 화음을 맞춘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강화, 보험 분야 소비자 보호 및 편익 제고, 금융분야 경제 민주주의, 기업구조조정 등 구체적인 금융개혁안을 공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전이라도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 정책을 적극 발굴해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안에 근거가 마련돼 있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제도의 경우 평가 결과를 단순히 공표하는 수준을 넘어 결과에 따라 소비자보호에 미흡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보험 분야에서는 양 수장 모두 구체적인 상품명을 명시하는 등 변화 의지를 다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암보험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보험 분야 전체를 들여다보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삼바 회계처리 등 일부 사안에서는 온도차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바 감리조치안을 두고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조치안 수정을, 금감원은 원안 유지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9일 "증선위가 수정 요구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안 고수가 금감원의 생각"이라며 "(금감원 조치안이)2015년 이슈에 집중돼 있고 증선위는 그 이전의 문제에 대해 봐달라고 하는데 절차적으로 그 부분까지 검토하기는 부담스럽다"고 기존의 관점을 재확인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에서도 '사회적 합의'라는 용어를 두고 미묘한 차이가 보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태도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한 공청회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은행 대출금리 조작 사안을 두고도 입장이 갈렸다. 금융위는 은행원의 단순 실수로 바라봤지만 금감원은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못박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1만 건이 넘는 문제가 단순히 일탈로 볼 수는 없다고 보고 현재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BNK경남, KEB하나, 한국씨티은행 등은 차주의 연소득이나 신용등급 상승 등 긍정적인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채 금리를 매겨 수십억원의 부당 이자를 챙겼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한편 두 수장 간 이견다툼이 두드러진다는 추측이 나오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8일 금융위와 금감원은 "가산금리 부당부과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위·금감원 간 충분히 협의해 충실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고지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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