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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H&B에 밀린 로드숍 화장품, 최저임금 인상까지 덮쳐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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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대신 임금 싼 신입직원 채용…매출 압박도 거세져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H&B스토어 때문에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인건비가 오른다니 좋을 리가 있어요? 인건비 아끼겠다고 같이하던 직원도 2명에서 1명을 줄이고 알바도 주말에만 쓰고 있는데…. 평일엔 내가 나와 가게를 지키면서 겨우겨우 월세 내는데 여기서 알바(아르바이트)비가 더 오르면 막막하지요."(화장품 가맹점주 A씨)

서울 영등포구에서 화장품 원브랜드숍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A씨가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답답한 마음에 내뱉은 하소연이다.

A씨는 "요즘에는 주말에도 장사가 안 된다. 오직 장사가 되는 날은 한 달에 한 번 뿐인 세일 행사 때인데 이마저도 평소보다 마진이 적다보니 수익이 정체됐다"며 "본사에서도 인건비를 얼마를 보조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접한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H&B스토어의 등장으로 로드숍 화장품 업계 전체가 침체된 데다, 본사의 온라인 판매 정책 강화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줄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까지 오르면 수익이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사드 보복으로 매출 직격탄을 맞은 명동 화장품 거리의 민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명동 화장품 매장은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급에 어학수당까지 받는 외국인 직원들이 대다수다.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곧바로 시급을 인상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업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명동 매장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대비해 낮 시간에만 5~6명의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상주하는 곳이 많았다.

명동 직영 매장에서 근무 중인 매니저 B씨는 "작년보단 사람이 많아졌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는 건 아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개별 구매단가가 크지 않다"며 "사드 때문에 오픈·마감 직원이 각각 1명씩 줄었는데 아직 충원이 안됐다. 인건비까지 오르면 충원이 더 더뎌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저임금 인상된 소식에 매장 직원들의 마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화장품 브랜드숍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는 C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 화장품 본사의 매출 압박이 더 세졌다. 목표 매출을 채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이라며 "본사에서도 경력직 대신 인건비가 싼 신입 직원으로 채우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로드숍 화장품업계 어려움은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업계 1위인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영업이익(1천78억원)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매출액(6천420억원)도 16.39% 줄었다. 2위 업체인 더페이스샵은 영업이익(241억원)이 58.45%나 꺾였다. 원브랜드숍 시대를 연 에이블씨엔씨도 영업이익(연결기준·112억원)이 5.378% 줄었다.

잇츠한불 역시 영업이익(454억원)이 50.07% 급감했다. 토니모리는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직영점 및 가맹점 매출도 2016년 1천102억원에서 2017년 790억원으로 28.29% 줄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영업손실액이 96억원에서 17억원으로 줄었지만, 가맹점 매출액은 41.76% 감소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로드숍 화장품은 가맹점 비중이 높아 인건비 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라며 "로드숍 화장품은 가성비가 가장 큰 장점인 만큼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매출을 높여줄 메가 히트 상품이 나와야 하는데 업계 전체가 침체되다보니 가맹점은 물론 본사의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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